"인종주의자 퇴진"·"조상 볼낯없다"·"증오 말고 사랑"
수천명 항의시위…태연한 트럼프 "귀가 기분좋다. 백악관도 좋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반년여만에 만에 미국 뉴욕시 자택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노골적인 비난이었다.
AF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내린 뒤 전용헬기 '마린원'으로 갈아타고 월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이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귀가 사실을 알고 몰려든 시위대 수천명의 항의집회가 대규모로 진행됐다.
이들 가운데 수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트럼프 타워' 근처에서 경찰의 봉쇄로 밀려나기 전까지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인종주의자 트럼프 물러나라", "트럼프 반대, KKK 반대, 파시스트 미국 반대", "증오 말고 사랑. 그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미국의 금융 중심지 뉴욕은 원래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도시였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호감도 상당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 차량돌진 테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지목해 비판하지 않고 반대세력까지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인종주의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위자 로리 셤프(36)는 "트럼프 반대시위에는 처음으로 나왔다"며 "백인우월주의자와 그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노령층도 작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다.
시위자 린 그레이(68)는 "나라가 이 꼴이 된 게 겁이 난다"며 "백인우월주의자, 나치, 반유대주의자들이 대통령 때문에 힘을 받는다고 느낀다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그레이는 "우리 조상들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것들을 트럼프가 모두 파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인 케빈 갤래거(61)는 "공화당이 싫었지만 트럼프에게 처음엔 기회를 줬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주에 최악이었고, 자신을 동료 시민이 어떻게 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센 역풍에 밀려 이날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따로 발표하며 백기를 들었으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자들의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린원으로 맨해튼 착륙장에 내린 뒤 경찰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인파가 차단된 거리를 질주해 트럼프 타워로 들어갔다.
그가 자택에 돌아온 것은 올해 1월 취임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즉흥적인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는 "7개월 만에 집에 오는 기분이 좋다. 그래도 백악관은 매우 특별한 곳이고 그만한 곳은 없다. 미합중국이 내 진짜 집이다"라고 썼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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