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지율하락·북미대치 정국서 여름휴가…반전카드 나올까

입력 2017-08-16 11:25  

아베, 지지율하락·북미대치 정국서 여름휴가…반전카드 나올까

휴가 첫날 고이즈미·모리 전 총리와 회동…정국 수습 방안 논의

제재통한 北문제해결 강조했지만 도발여전…對한중 관계도 '아슬아슬'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인 지난 15일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투도식'에 참석한 뒤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휴가지인 야마나시(山梨)현 나루사와무라(鳴澤村)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만찬을 함께 하며 정국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가 휴가 첫날부터 정계 원로들을 만난 것은 그만큼 자신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점을 방증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아베 총리는 올들어 잇따라 터진 자신과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로 지지율 폭락으로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으로부터 퇴진론을 들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이에 그는 이달 3일 개각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개각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8%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각에 따른 반짝 효과를 고려하면 지지율 상승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이번 휴가 기간 개각에 이은 추가 분위기 반전 카드를 구상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지난해 7·10 참의원 선거에 승리한 뒤 가졌던 여름 휴가에서는 그가 정치적 사명으로 제기했던 개헌 전략이 최대 관심사였지만, 올해 휴가에서는 개헌카드는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린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에 따른 지지율 정체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의원 해산 및 총선 카드도 검토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선택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제1야당인 민진당이 지리멸렬한 만큼 총선 카드를 승부수로 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난 7·30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의 행보 등 정국의 유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고이케 지사측 인사가 늦어도 내년에는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퍼스트회'라는 신당 조직을 만든데다, 민진당 탈당파와 제휴설이 나도는 등 정치권 '빅뱅' 가능성도 남아있다.

외교·안보면에서도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국내 보수층 결집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려왔다.

그러나 2012년 12월 취임 이후 5년 가까이 북한에 대한 제재 목소리를 외쳤지만,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진전됐고 이에 따른 위협은 현실화됐다.

최근들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괌 주변 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했고, 북한측은 미사일이 북한 시코쿠(四國) 지역 상공을 통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협상 대상으로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고수함으로써 북핵 위협에서 아베 총리의 역할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수기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았다는 점도 그로서는 부담되는 부분이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북 제재 강화를 통한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한국과는 대북공조라는 원칙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역사 문제를 비롯한 갈등 사안이 잠복해 있어서 언제든지 양국간 공조에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취약하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관계 모색, 나아가 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 신뢰관계 회복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 진출에 대해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며 자국을 비난하는 아베 정권을 상당히 견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개최가 무산된 한중일 정상회의 상반기 개최는 물론 가을 개최도 사실상 물건너간 것도 아베 정권에 대한 중국측의 불만이 가장 큰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휴가를 마친 뒤 다음달부터 외교 행보에 나선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6~7일), 인도 및 뉴욕 방문(중순)이 대표적이다.

정상외교도 그동안 아베 총리가 지지율 제고를 위해 활용해 온 대표적 아이템이다.

아베 총리가 지지율 추락과 북핵 위협 등 취임 후 최악의 상황에서 맞이한 이번 여름 휴가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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