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금통위 고유권한" 강조에도 금통위원들 '부글부글'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새 정부 초기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금리 관련 발언에 금융시장이 술렁인데 이어 한국은행 독립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장안팎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경기개선, 북핵 리스크 등이 첩첩산중인데 괜한 갈등으로 벌써 정부 경제팀 팀워크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이일형 금통위원은 17일 서울 부영태평빌딩 통화정책경시대회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금통위원이 새삼 한 것은 최근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 발언을 반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이일형 위원은 기자들 질문에 "금통위 회의 때마다 당일까지 주어지는 정보에 근거해 경제상황을 최대한 파악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미리 금리 수준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물은데 대해 이 위원은 "(금리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것이 시장에 전달되도록 총재가 브리핑하고 의사록도 나가지 않나"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평소 학구적이고 두루 아우르는 이 위원 스타일을 고려하면 상당히 강도 높은 발언으로 해석된다는 게 한은 내부의 설명이다.
한은의 독립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때는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때는 '척하면 척' 발언이 문제가 돼서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번 청와대발 발언이 더 심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개적으로 통화정책과 금리를 언급한 데다가 아예 한은이 통화정책 주체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는 것이다.
김 보좌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압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버리는 바람에…"라고 말했다.
이어 저금리가 부동산 문제를 유도했다고 분석한 뒤 "(금리가) 1.25%인 상황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하자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조기인상을 예상하며 급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리와 통화정책에 관한 학계 등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건강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것도 청와대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효력이 있는 기준금리는 부동산 외에도 경기와 가계부채 한계가구 등을 종합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김 보좌관 발언을 두고 "금리는 금통위 고유 권한이며 언급이 적절치 않다"고 쓴소리를 했지만,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은과 금통위원실 분위기도 여전히 날이 서 있다.
심지어 '지난 정권에서도 이러지 않았다'거나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외부에서 뭐라고 하든 우리가 독립적으로 하면 되는 일이지만 시장이 움직이는 건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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