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우리나라에 앞서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한 대만이 최근 대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잠시 잠잠했던 탈(脫)원전 정책 찬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대만 정전 사태를 탈원전 정책 탓으로 결론짓는 것은 무리이며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지만,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대만을 반면교사로 삼아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15일 타오위안(桃園) 다탄(大潭) 화력발전소의 고장으로 전력공급이 차질을 빚자 대만전력공사가 순차 전력공급 제한조치에 나서며 대만 전역 828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이에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대만은 2025년까지 화력발전(80%)과 신재생에너지(20%)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원전중지 등 탈원전 정책의 시행이 금번 대만 정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라며 "이번 대만 정전 사태를 대만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결론짓고 사정이 다른 우리의 경우와 직접 비교해 향후 동일한 사태가 날것으로 예견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2030년 전력수요와 공급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면서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탈원전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모든 원전을 한 번에 폐쇄하는 게 아니라 2079년 이후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단계적인 탈원전을 추진하는 점도 대만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회도서관에서는 야권 주관으로 원전 토론회가 열렸다. 물론 정부의 탈원전 논리에 반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원전특별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이날 '탈원전 대응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으로 향후 5년간 전기료 인상이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며 "이는 주먹구구 방식이며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성급한 탈원전이 과연 필요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탈원전을 하면 전기요금 인상, 전력안보 비상, 원전산업 붕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전력수요증가와 뚜렷한 대안 부재를 고려해 아직은 원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룡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교수도 "이미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 추진 및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의 적정설비 예비율을 놓고 탈원전 찬반 진영이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탈원전 반대 진영은 정부가 적정설비 예비율을 7차 계획보다 낮추면서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발전소를 과도하게 짓던 고속성장기와 달리 지금은 전력수요 감소세에 따라 더 경제적인 전력계획을 짜야 하며 탈원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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