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요구 늘고 주문은 끊기고…잠도 안 와요"

입력 2017-08-17 16:45   수정 2017-08-17 17:44

"반품요구 늘고 주문은 끊기고…잠도 안 와요"

'살충제 계란' 파문에 중간유통상 울상…매장마다 반품·환불 요구

(전국종합=연합뉴스) "생산자가 안전하게 공급할 의무가 있는데…반품요구는 계속되고 주문은 끊겨 손 놓고 있다시피 해 매출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참담합니다."

17일 '살충제 계란' 농가가 추가로 대거 확인되면서 양계 농가에서 달걀을 수거해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간유통상이 반품 요구와 매출 급감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일선 유통매장에도 반품 및 환불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친환경 농가 60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게다가 피프로닐과 비페트린 외에 새로운 농약성분인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이 이번에 검사한 계란에서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날 오전 찾은 경기도 광주 R영농조합법인은 산란계 농가에서 수거한 계란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간 유통업체다. 각 지자체에는 '식용란 수집판매업소'로 신고된 곳이다. 광주 지역에만 40여 곳이 신고돼 영업 중이다.

이곳 1층 보관창고에는 살충제 사태가 불거진 14일 밤부터 보관 중인 재고 계란 1만2천여판(36만여알·1판 30알)이 쌓여 있었다.

그 옆 구석에 마련된 포장 작업대는 포장지와 빈 계란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기계는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달걀 포장과 포장 후 차에 싣는 작업을 도와야 할 직원 9명은 일손을 놓고 휴게실에 모여 있었다. 저마다 휴대전화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며 납품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김이진(69) 대표는 거래처 납품이 중단되다시피 해 매출이 평소의 10% 수준도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이 회사 실장인 김 씨의 아들(38)은 "16일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고 발표된 충남 천안 '시온농장'의 달걀을 이달부터 들여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답답해했다.

R영농조합법인은 경기 포천, 강원 원주·사북, 충남 천안 등 4개 산란계 농가에서 1주일에 모두 2만5천판(75만알)의 계란을 들여온다.

1주일에 2~3차례 냉장 운반차량이 가서 수거하는 방식인데,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천안농가에서는 주당 5천판을 들여왔다고 한다.

이렇게 들여온 계란은 15℃ 미만의 온도를 유지하는 자체 냉장창고에 보관해놓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대형 유통업체인 H사와 O식자재 업체 2곳에 납품해왔다.

2곳의 납품처에 평일 기준 하루 3천800판(11만4천알)을 납품했는데 15일은 납품이 전면 중단됐고, 16일은 당국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3개 농가에서 들여온 계란 중 286판(8천580알)을 납품하는 데 그쳤다.

평소 납품물량의 7.5% 수준이다.

김 실장은 "천안농가에서 계란 1천680판을 수거해 14일 창고에 입고시켰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농가에서 11일 이후 생산한 달걀이라는데 다행히도 시중에 풀리기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래처인 H사 각 매장에서는 문제가 된 천안농가 계란에 대한 반품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천안농가의 계란 70% 이상을 회수했다고 H사로부터 들었는데 내일이나 모레쯤 당국의 입회하에 폐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R영농조합법인 사무실에는 재고물량, 반품회수물량을 파악하려는 거래처와 당국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쳤다.






마침 옆 사무실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 2명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폐기 대상 달걀 수량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김 실장은 "AI(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작년 12월 중순부터 100원하던 원란 가격이 230원까지 폭등해 물량과 구매자금을 확보하는 게 힘이 들었다"며 "당시엔 고가여서 계란 구매를 꺼렸다면 지금은 '먹으면 안 된다'는 국민 인식이 커 타격이 더 클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당장 매출이 떨어진 것도 걱정인데 더 큰 문제는 거래처가 끊길 수도 있어 요샌 잠도 안 오고 밥도 잘 못 먹는다"며 "생산자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의무가 있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선 유통매장에는 반품과 환불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 대전 동구 둔산점과 대전터미널 점에는 16일 하루 동안만 각각 25건의 계란 환불요구가 접수됐다.

전날 오후 3시를 기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계란에 대한 판매가 재개됐으나 16일 하루 계란 매출은 지난주 같은 요일에 비해 40% 감소했다.

이마트 인천 계양구 지점에도 살충제 계란에 대한 고객 전화 문의가 하루 평균 20건씩 들어오고 있다. 이마트 광주 상무 점에도 1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고객 10여 명이 환불을 요구하는 등 전국 매장마다 환불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 대구본부 이장희 대리는 "계란 파동 첫날인 지난 15일에는 매장마다 환불요구 사례가 평균 15건씩이었지만 16일에는 25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대부분 소비자는 구매 영수증을 지참하고 매장을 방문해 원활히 환불이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박주영 최은지 이덕기 전승현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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