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야, 풀밭이야' 대청호 녹조 확산…"먹는 물은 안전"

입력 2017-08-17 16:23  

'호수야, 풀밭이야' 대청호 녹조 확산…"먹는 물은 안전"

올여름 많은 장맛비에 가축분뇨 쓸려와 녹조 심화해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올해 여름 많은 비로 영양염류 다수 유입되면서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 녹조 확산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주민의 우려와 달리 녹조가 발생해도 먹는 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17일 낮 지난 9일부터 조류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돼 있는 대청호 회남(보은) 수역 인근에 다다르자 잔디밭이 펼쳐진 것 같은 초록색 물이 보였다.

회남 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 10일 1만8천724cells/㎖ 였던 남조류 세포 수는 나흘만인 지난 14일 8만5천734cells/㎖로 4배 넘게 불어났다.

이날 배를 타고 회남 수역에 가 보자 호수를 감싸고 있는 나무숲 색과 대청호 물 색깔이 거의 비슷해, 분간되지 않을 정도였다.

웬만해서는 녹조 띠가 관찰되지 않는 호수 가운데서도 녹색 띠가 보였다.

관심 단계가 발령돼 있는 문의(청주) 수역은 지난 14일 남조류 세포 수가 5천244cells/㎖로, 회남 수역보다는 연한 초록색을 보였다.

추동(대전 동구) 수역도 1천88cells/㎖로, 다음 측정 때도 남조류 세포 수가 1천cells/㎖가 넘는다면 관심 단계 발령이 된다.

올해 대청호 녹조 발생 속도가 빠른 것은 장마철 많은 비가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호수마다 특성이 있는데 대청호는 녹조 발생이 잘 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청호는 금강 중류에 설치된 대청댐에 의해 형성된 인공 호수로, 저수 면적보다 유역 면적이 44배나 넓다.

또 호수가 마치 뱀의 모양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겨, 비가 내리면 호수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이 월등하게 많다.

물의 체류시간까지 162일로 굉장히 길어 녹조가 형성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인근 축사에서 하천 등에 방치해 둔 가축분뇨가 빗물에 씻겨 내려오면서 녹조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축분뇨에는 조류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인 인과 질소 등 영양염류가 많다.




소옥천 일대에는 소 축사(약 1만500마리)가 밀집, 하루 평균 160.7㎥의 가축분뇨가 배출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올해 주민들과 캠페인을 벌여 84t의 축산 분뇨를 치웠지만, 아직 남아 있는 500t의 분뇨 가운데 일부가 이번 장맛비로 대청호로 쓸려 내려왔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가축분뇨가 대청호 녹조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며 "주민들과 함께 분뇨 치우기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등 환경개선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청호 녹조가 확산하면서 먹는 물에 대한 시민의 불안도 커가고 있지만, 전문가는 우리가 먹는 물에는 위해성이 없다고 말했다.

녹조 자체에는 독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정수 과정에서 독성이 모두 제거된다는 것이다.

정수 처리 결과, 매우 엄격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는 먹는 기준을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 현상 자체를 보는 것을 넘어 녹조가 대청호를 식수원으로 삼는 충청권 주민 건강에 유해한가를 봐야 한다"며 "대청호 물을 응집, 침전, 여과, 소독 등의 과정을 거쳐 정수하면 매우 엄격한 WHO 먹는 물 기준에도 충족해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조는 수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구성원으로, 무작정 모두 없애서는 안 되고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며 "특히 오염물질이 호수에 유입되지 않도록 축사 관리를 하는 등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so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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