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핸슨 의원 "안보 위협" 주장…법무 공박에 의원들 기립박수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극우 의원이 머리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부르카를 금지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의회에서 이 복장을 착용하는 돌출행동을 했다.
극우성향의 폴린 핸슨 연방 상원의원은 17일 상원 질의·응답 시간에 부르카를 입고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서 약 20분간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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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차림이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부각해 그 복장의 금지 필요성을 강조하겠다는 게 그의 취지였다.
극우 정당 '하나의 국가'당을 이끄는 핸슨 의원은 이후 성명을 통해 "(머리와 목, 얼굴을 거의 다 덮는) 복면이나 헬멧을 쓴 사람이 은행이나 어떤 다른 건물, 혹은 법원에 있다면 이를 벗어야만 한다"며 "누군가 얼굴을 모두 덮어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왜 똑같이 적용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핸슨은 또 부르카는 억압적이고, 일자리를 찾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서방 사회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핸슨은 1990년대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시아인의 이민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로 명성을 얻었으며, 지난해 총선을 통해 상원에 입성한 뒤에는 이슬람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의 정당은 전체 76석의 상원에서 4석을 차지해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브랜디스 연방 법무장관은 답변 시간을 이용해 핸슨의 행동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일로 무슬림 사회와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공박했다.
브랜디스 장관은 "우리 모두는 당신이 이슬람의 믿음을 지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른 호주인들의 종교적 감수성에 대한 공격에 매우, 매우 조심하도록 주의와 조언을 주고자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슬림 사회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구석으로 몰아넣으며 종교적인 복장을 흉내 내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라고 요구했다.
브랜디스의 발언이 끝나자 야당인 노동당과 녹색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평소 브랜디스를 칭찬하지 않은 의원들조차 훌륭한 대응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호주 이슬람 사회도 평소 핸슨 의원의 행동으로 보면 놀랍지도 않다며 하지만 핸슨 의원의 행위는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연방 정부는 정부 건물이나 신분 확인이 필요한 장소에서는 부르카를 금지하라고 핸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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