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극복 '친환경 인증' 받은 양계농장 살충제 썼다가 '휘청'

입력 2017-08-18 08:17   수정 2017-08-18 10:10

AI 극복 '친환경 인증' 받은 양계농장 살충제 썼다가 '휘청'

비펜트린 검출 음성 산란계 농장 AI로 2년새 2차례 27만마리 살처분

지난 3월 재입식, 무항생제 인증받아 재기 모색…살충제로 수포 위기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에서 유일하게 '살충제 계란' 파문에 휩싸인 음성군 생극면의 산란계 농장은 2015년 3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키우던 닭을 모두 살처분했던 곳이다.


당시 병아리를 새로 들여와 재기에 나섰으나 절대 써서는 안 될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이 농가는 닭에 붙어 흡혈하는 진드기를 없애려고 '비펜트린'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 농장이라면 비펜트린 성분의 살충제를 빈 축사에 뿌린 후 닭을 사육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출하하는 닭이나 계란에서 허용 기준치(0.01㎎/㎏) 이상의 성분이 검출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이 산란계 농장은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친환경 농장이다. 친환경 농장으로 지정되면 유기합성 농약이나 이런 성분이 함유된 동물용 의약외품은 일절 써서는 안 된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비펜트린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 친환경 농장의 '금기'를 깨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셈이 됐다.

이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2015년 3월 15일이다. 닭 200마리가 폐사하면서 닭 13만5천마리를 모두 살처분해 농장 인근 매몰지에 묻었다.

당시는 음성·진천 지역의 닭·오리 등 가금류 70만9천마리가 살처분 되는 등 충북에서 AI가 크게 번진 때였다.


이 농장은 넉 달 뒤인 그해 7월 5일 병아리를 재입식해 재기에 나섰다.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가 나 고병원성 AI가 전국 각지를 휩쓸던 작년 12월 키우던 닭을 자진 살처분 하면서 주춤거리기도 했으나 올해 3월 병아리 13만5천마리를 들여오면서 AI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이 과정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무항생제 인증까지 받았다.

그러나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에 쓰이는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되면서 이 농장은 또다시 곤경에 빠졌다.

성분 검사 결과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검출되면 '친환경 인증' 상표를 달지 않고 일반 계란으로 출하하는 게 가능하지만 기준치를 넘어서면 출고 보류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2주일마다 위해물질 성분 검사를 받는 등 총 6개월간 '잔류 물질 위반 농가'로 지정돼 특별 관리도 받는다.

계란에 함유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별다른 수입 없이 사료비와 축사 관리비를 지출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AI 피해에 이어 이번에 제재를 받게 된 사정은 딱하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일반 농장보다 강한 잣대를 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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