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연안오염총량관리제' 시행 후 수질 개선, 최근 다시 악화 조짐
방재언덕·가포신항·해양신도시 이어 해양관광단지·로봇랜드 등 대형사업 줄이어…3차 수질목표 설정 난관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경남 창원시 옛 마산 앞에 펼쳐진 마산만은 가곡 '가고파' 가사 그대로 깨끗한 바다였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오염된 바다로 전락했다.
1980·1990년대 마산만 안쪽 해안선이 매립되고 속속 공장이 생겼다.
정화되지 않은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마산만에 마구 흘러들었다.
1999년에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심각한 수준인 3.07㎎/ℓ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마산만은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바다'란 오명을 얻었다.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총량을 엄격히 관리하는 '연안오염총량관리제'가 시행된 후 마산만은 오염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그러나 최근 마산만 수질은 개선이냐, 악화냐 갈림길에 섰다.
마산만특별관리해역 민관산학협의회(민관산학협의회)는 지난달부터 2017∼2021년 사이 달성해야 할 3차 마산만 목표 수질을 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1차(2008∼2011년) 목표 수질은 COD 기준 2.5㎎/ℓ, 2차(2012∼2016년) 목표 수질은 2.2㎎/ℓ였다.
2016년 마산만 수질은 2.19㎎/ℓ까지 좋아졌다.
마산만과 연관있는 19개 기관이 참여한 민관산학협의회가 10여년에 걸쳐 마산만을 둘러싼 개발계획을 조정하고 오염물질 배출총량을 엄격히 관리하자 수질이 점진적으로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국 연안 평균 수질과 비교하면 많이 나쁜 편이다.
3차 마산만 목표수질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연구기관들은 마산만 환경악화로 앞으로 2차 목표수질(2.2㎎/ℓ)조차 맞추기 힘들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마산만은 최근 방재언덕, 가포신항, 마산해양신도시 인공섬 건설 등 잇따른 매립으로 상당부분 육지화가 진행됐다.
연구진은 매립이 마산만 환경용량(environmental volume)을 줄여 마산만이 오염물질을 스스로 정화할 능력(자정능력)까지 감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자정능력이 줄어든 수질을 2.2㎎/ℓ라도 유지하려면 현재 마산만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총량을 10% 가량 삭감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염물질을 10% 가량을 줄이려면 하수처리장 시설개선, 하수관거 정비 등을 해야 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 마련이 걸림돌이다.
설상가상으로 마산만은 여전히 동시다발적인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염물질 총량을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방재언덕, 가포신항, 마산해양신도시에 이어 구산해양관광단지, 마산로봇랜드 등 잠재적 오염원이 될 다른 대형사업들이 줄줄이 진행중이다.
64만㎡가 넘는 거대한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는 그 자체만으로 마산만 해수흐름을 방해해 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크다.
구산해양관광단지, 마산로봇랜드는 마산만 바깥에 있지만 배출되는 하수는 모두 덕동하수처리장을 통해 처리된다.
덕동하수처리장은 지금도 하루 30만t 이상의 하수를 정화해 연안오염총량관리지역 내에 있는 마산만 인근에 방류해 마산만 수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덕동하수처리장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덕동하수처리장은 설비 결함으로 하수처리에 과부하가 염려되고 있다.
2006년 2차 확장공사 때 새로 설치한 자동여과장치가 불량품이어서 시운전 때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지금도 약품을 더 사용하는 등 방법으로 방류수질을 맞추는 상황이어서 방류수 수질개선에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창원시가 마산만 수질개선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관산학협의회 소속 19개 기관중 창원시가 마산만 수질관리에 가장 핵심역할을 한다.
마산만에 영향을 끼치는 각종 개발계획 상당수가 창원시를 통해 구체화되며 민관산학협의회가 수립한 오염물질 삭감계획 대부분을 실행하는 기관이 바로 창원시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앞으로 마산만 추가매립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마산해양신도시, 구산해양관광단지, 마산로봇랜드 등 마산만을 둘러싼 대규모 개발사업은 지역발전에 필요한 핵심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취소나 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정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마산만 매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환영하지만 더 전향적인 창원시 조치가 필요하다"며 "진행중인 대규모 사업을 취소할 수 없다면 규모를 줄이거나 하수처리장 시설개선 투자를 늘리는 등 창원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진 민관산학협의회 사무국장은 "마산만이 더 이상 자정능력을 잃지 않도록 창원시가 마산만 관리에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마산만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데는 창원시도 환경단체와 똑같은 입장이다"며 "방법론적으로는 이견이 있기 때문에 수질목표 결정 협의과정에서 잘 맞춰나가겠다"고 밝혔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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