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원로 의견 수렴해 차기 지도부 정하던 관행 사라져"
이달말 차기 정치국위원 최종후보 선정…베이다이허는 '휴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원로들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굳건하게 확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기존 회의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해 차기 지도부 선정에 반영하는 전통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보하이(渤海) 만의 휴양지에 모여 국정과 인사 방향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다. 국영 TV 보도 등에 비춰 올해 회의는 13일 이전에 끝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는 5년마다 열려 차기 지도부를 확정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가 가을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통상 당 대회가 열리는 해에는 베이다이허 회의 이전에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을 선정하기 위한 사전 투표를 하며, 이 결과를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논의한다.
실제 17차 당 대회가 열린 2007년에는 400명가량의 고위간부가 약 20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25명의 정치국 위원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를 했다.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와 당 원로들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만나 차기 정치국 위원 선정을 논의했다.
올해에도 지난달 26∼27일 이 같은 사전 투표가 실시됐지만, 이어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의 당 원로 회동에서 이 투표 결과가 논의되지는 않았다.
한 소식통은 19차 당 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논의하기 위한 당 원로와 현 지도부의 비공식적인 회동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당 원로들에게 말 그대로 '휴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당 원로의 의견을 반영해 차기 지도부를 선정하던 '원로정치'의 실종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원로정치는 1989년 덩샤오핑(鄧小平) 퇴임 이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까지 3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오던 중국 공산당의 정치 관행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부터 당 고위간부들이 시 주석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뜻하는 '시 핵심'을 주창하고 나서면서 예견된 일이었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여러 정치파벌이 권력을 나눠 갖던 시절에는 정치국 위원 사전 투표 등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으나, 지금껏 벌어진 양상으로 볼 때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정치 전문가인 바오쯔위에(薄智躍)는 "시 주석의 지배체제 확립은 원로들이 지도부 개편에 별다른 목소리를 못 낸다는 것을 뜻한다"며 "그의 행적으로 볼 때 시 주석은 원로들의 목소리를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최근 당 지도사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점에 비춰, 오는 19차 당 대회에서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黨章)에 '시진핑 사상'이 명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 정치국 위원들은 이달 말 모여 차기 정치국 위원의 최종 후보자 명단을 선정하기로 했다.
차기 정치국 위원은 19차 당 대회 직후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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