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연구팀이 염색체 수 이상으로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불임 수컷 쥐에게 인공 만능줄기세포(iPS세포) 기술을 이용, 정자를 만들게 해 새끼를 낳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불임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토(京都)대학의 사이토 미티노리(?藤通紀) 교수 연구팀은 이런 연구 내용의 연구논문을 18일자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포유류의 성염색체는 2개로 수컷은 XY, 암컷은 XX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 23종류의 염색체가 2개씩 있으나 태어나면서부터 일부 염색체가 3개 이상인 경우도 있다. 드물게 XXY나 XYY 처럼 3개의 성염색체를 갖는 이른바 '클라인펠터증후군'의 수컷은 정자를 만들지 못해 새끼를 낳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1천 명에 한 명 꼴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성염색체가 3개여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쥐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쥐의 피부로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자 12%는 성염색체가 2개로 '복원'됐다. 이 세포를 배양해 정자의 원천이 되는 세포를 만들어 불임 쥐의 정소에 옮겨 넣자 정자가 자랐다. 여러 마리의 쥐에서 만능줄기세포로부터 정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 체외수정으로 새끼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람의 경우에도 클라인펠터증후군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만능줄기세포의 일부는 염색체 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인간의 iPS세포로부터 정자를 만드는 기술은 확립돼 있지 않다. 사이토 교수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 인간의 iPS 세포로부터 건강하고 정상적인 정자를 만드는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생명과학과 의학 등 과학정책론에 밝은 생명윤리정책연구회의 누데시마 지로 공동대표는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은 복잡해서 현재로써는 인간의 손으로 재현하기 어렵다"면서 "불임증 등 임상에 응용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인간의 iPS세포로부터 생식세포를 만드는 건 허용하고 있지만, 윤리적 측면에서 수정은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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