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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김학민(34)을 뽑은 뒤 거의 매 시즌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우승과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다.
특히 지난 시즌이 아쉬웠다. 대한항공은 6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이번만은 무관의 설움을 떨치는 듯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5전 3승제의 챔프전에서 2승 1패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도 내리 두 경기를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한항공의 에이스인 김학민의 상실감은 누구보다 컸다.
최근 전지훈련지인 중국 상하이에서 공동취재단과 만난 김학민은 "시즌마다 아쉬움이 남는데, 지난 시즌은 특히 더 심했다"고 말했다.
오죽했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한동안은 멍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한 아쉬움을 토로한 김학민은 "동료들에게도 정말 미안했다"고 했다.
김학민은 지난 시즌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정상을 밟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격종합 1위(성공률 57.12%), 시간차 2위(70.37%), 퀵오픈 3위(62.65%), 오픈 4위(47.11%) 등 대부분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장식했다.
하지만 정작 챔프전 5경기에서는 총 41점으로 경기당 10점도 채 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 시작부터 아킬레스건 통증이 있었는데 상태가 악화하면서 결국 챔프전에서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김학민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학민은 벌써 서른넷의 나이로 공격수 중에서는 '큰 형님'급이다. 배구할 날도, 우승의 기회도 많지 않다.
그는 "나이가 있어서 배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챔프전 우승 반지를 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아들 건훈(8)군을 생각하면 더더욱 우승이 간절하다. 경기마다 응원을 오는 아들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빠의 마음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배구 오래 안 할 거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배구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아들이 크면서 배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는 "챔프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이자 내 배구 인생의 가장 간절한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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