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사태 때도 환자발생·이동경로 공개해 주민 안심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수원시가 2차 최종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시민들에게 살충제 계란 유통사실을 공개해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이 덕분에 정보공개 하루 만에 시중에 유통된 살충제 계란의 83%를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수원시는 지난 16일 오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경기 여주의 친환경 인증 양계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비펜트린 살충제가 허용기준치(0.01㎎/㎏)보다 4배 많은 0.04㎎/㎏이 검출됐고, 이 계란이 수원의 한 유통업체에 출하됐다는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에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출하금지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검역본부에서 2차 분석을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출하금지 등 조치가 이뤄진다고 하니 앞서 공문으로 보낸 출하금지 조치를 유보하라"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공문이 추가로 수원시에 접수됐다.
수원시는 고민에 빠졌다.
이미 1차 검사에서 살충제가 기준치를 초과한 계란이 수원시 소매점과 시장 등에 3천600판(1판 30개·10만8천개)이 유통된 상황에서 2차 검사까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차 검사 결과가 나오는 최소 하루의 시간 동안 시민들이 살충제 계란을 먹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관련 부서 공무원과 염태영 시장, 이한규 제1부시장 등이 긴급회의를 열어 살충제 계란 유통사실을 시민에게 빨리 알리자고 결정했다.
염 시장은 "2차 검사에서 불검출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똑같이 대응하자"고 지시했다.
염 시장은 메르스가 창궐한 지난 2015년 6월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수원시에서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히고, 이 환자의 감염경로와 자가격리 상태를 자세히 설명해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정부가 감염환자 병원이나 환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고자 정보 공개를 단행한 수원시의 용감한 조치 이후 수원시 홈페이지와 SNS에는 하루 평균 18만 건이 넘는 접속이 이뤄지는 등 폭발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염 시장은 1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으니 껍질에 '08양계'가 적힌 계란을 먹지 말라"고 긴급공지로 알렸다.
수원시도 언론과 시청 SNS로 이런 사실을 알리는 한편, 계란 유통업체와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된 살충제 계란 회수작업에 나섰다.
이런 노력 덕분에 수원시가 살충제 계란 정보를 공개한 지 하루만인 18일 낮 12시 현재 3천600판의 유통 계란 가운데 3천판(83.3%)이 회수됐다.
염 시장의 트위터와 시청 SNS에는 "신속 대응 감사합니다"라는 댓글과 '좋아요'가 달렸다.
수원시 관계자는 "우리 시가 신속하게 살충제 계란 유통 정보를 시민에게 알리고 재빠르게 회수한 덕분에 83%나 되는 살충제 계란이 시민들의 식탁에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면서 "우리 시가 참 잘했다는 칭찬을 시민들에게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날 오전 "2차 검사에서도 1차 검사 때와 같은 부적합 결과가 나왔으니 출하금지 등 조치를 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2차 검사가 나올 때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살충제 부적합 계란이 출하되지 않도록 현 상태를 유지하라는 의미로 '처리유보 알림'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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