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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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인비저블 서커스 = 201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니퍼 이건(55)이 1995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언니의 진실을 알아내려는 열여덟 살 주인공 피비의 내면을 그렸다.
대학 입학을 앞둔 피비는 8년 전 이탈리아에서 자살한 언니의 흔적을 따라 유럽으로 간다. 지도 아닌 언니의 엽서에 의지한 여정은 고통스럽다. 엽서에 남겨진 낙관이 거짓이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작가 자신의 삶에서 전환점이 된 유럽 배낭여행 경험이 반영됐다. 작가가 고교 졸업 이후 떠난 유럽여행은 낭만과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불안과 향수에 시달리며 마음의 동요를 기록해 나갔다. 작가는 당시 극단적 고립의 경험으로 글쓰기가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본질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최세희 옮김. 524쪽. 1만5천500원.
▲ 꽃 아닌 것 없다 = 시인 복효근(55)의 여덟 번째 시집.
10행 미만으로 압축한 시 77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이경호는 이 시집에 대해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에서 간절함의 미학을 성취하는 핵심적 요소로 내성화를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내 몸의 통점을 이어놓고 나면/ 나의 형상이 되리라// 그렇듯 나무는 나무의 통점의 총합이다/ 아픔이 사라진 나무는 장작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생이 아픔과 동의어라니// 아프지 않으면 노래가 떠오르지 않듯이/ 다리가 아프지 않을 땐 다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의 통점에서 꺼낸 잎이 푸르다/ 꽃은 통증의 역설이다" ('꽃' 전문)
천년의시작. 96쪽. 9천원.
▲ 박남준 시선집 = 1984년 등단한 시인 박남준(60)이 그동안 써온 시편에서 61편을 골라 엮었다. 초기 작품을 일부 손질하고 표지 그림은 직접 그렸다.
시인은 "의식이 살아있는 한, 아니 내가 쓰러져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되어 인식할 수 없는 공간에 있을지라도 시를 쓸 것이라고 우기고 싶다. 시를 짓고 그 시의 집이 되어준 생명들과 만나며 집의 안과 밖에서 행복하다"고 썼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가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뒤돌아보며/ 영영 두 발 실을 수 없겠다"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부분)
펄북스. 14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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