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축사 밖 나무에 약 친 것뿐인데…" 논산 양계농가 망연자실

입력 2017-08-18 18:24  

[르포] "축사 밖 나무에 약 친 것뿐인데…" 논산 양계농가 망연자실

"AI도 견뎠는데, 며칠째 잠 못 이뤄…30년간 교육 한 번 받은 적 없어"

(논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30년 동안 양계장을 관리하면서 어떤 농약을 쓰면 된다, 안된다는 교육 한 번 받은 적 없습니다. 제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지만 정말 당황스럽고 참담할 뿐입니다."

18일 오후 새로운 살충제 성분인 '피리다벤'이 검출된 충남 논산 대명양계 농가 관리인 A(58)씨는 "검사가 시작된 이후로 며칠째 잠도 못 이뤘는데, 듣도 보지도 못한 살충제가 나왔다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이 농장은 산란계 1만1천600마리를 사육, 하루 평균 9천여개의 계란을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충남도 동물위생소에서 이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을 수거 검사한 결과, 처음으로 원예용 살충제인 피리다벤이 0.09mg/kg 검출됐다.

지난 15일부터 계란 출하 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고, 이날 논산시청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계란 회수 작업을 벌였다.

피리다벤은 감귤, 고추, 참외, 가지, 장미, 오이, 멜론에 발생하는 응애류 등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이다.

에톡사졸과 비슷한 수준의 '저독성' 물질이지만, 만성적인 노출에서는 실험용 쥐의 체중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보고됐다.

동물용으로 쓸 경우 닭에는 직접 분사할 수 없고 빈 닭장에만 써야 한다.

A씨는 "시에서 준 '와구방'과 와구프리, 케이킬러 등을 축사 바닥을 향해 사용했다"며 "이 세 가지 종류의 살충제에서는 피리다벤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니 할 말은 없지만 나도 이런 성분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일주일 전쯤 축사 밖 블루베리 나무에 있는 응애를 잡기 위해 나무에 농약을 뿌린 적이 있는데, 그게 닭에게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관리인은 닭과 계란에 직접 약을 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농약 겉면의 사용 설명서를 보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사용했고, 관련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귀동냥으로 진드기를 없애는데 어떤 농약이 좋다고 들어서 주의사항을 읽어보고 알아서 사용했다"며 "30년 동안 농장을 관리하면서 어떤 농약을 쓰면 된다든지, 안된다든지 하는 교육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 농장 운영 이래 처음으로 농장주를 대상으로 하는 농약 사용법 교육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피리다벤은 우리로서도 생소한 물질"이라면서 "27종의 잔류물질 검사에 피리다벤이 포함돼 있는데, 관리인이 축사에 썼다는 농약에는 관련 성분이 나오지 않아 역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사 인근 나무에 약을 뿌리다가 들어갈 가능성 등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농장주는 농약이 양계장 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잘 관리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계란을 수거해 가는 시청 직원들을 바라보는 A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A씨는 "피프로닐, 비펜트린이 검출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게 나와 황당하다"며 "AI 파동 때도 견뎌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마음이 아프고 거래하는 상인과 소비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했다.

충남도는 이 농장에 보관하던 계란 3만개와 시중에 유통된 3만개를 폐기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해당 농가의 달걀 출하를 당분간 금지하고, 2주 간격으로 연속 두 차례 음성 판정이 나오면 출하 금지 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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