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공동위원회의 첫 회의가 오는 22일 서울에서 열린다. 우리 측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의 개최 시기와 장소를 이같이 합의했다고 18일 발표했다. 회의는 양측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먼저 영상회의를 통해 큰 틀에서의 의제를 정리한 후 양국 고위급 대표가 대면회의에 참석해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현지 일정상 직접 방한하지 못하며 USTR 비서실장과 대표보 등이 고위급 대표로 온다고 한다. 이번 회의는 한미FTA 개정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첫 공식 대면 접촉이란 점에서 치열한 공방과 수 싸움이 예상된다.
이번 만남은 USTR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에 한미FTA 개정협상을 위한 공동위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한미FTA 협정문은 한쪽이 공동위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하고 양측 간 별도 합의가 없으면 상대방이 30일 이내 개최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여론효과 극대화 등을 노리고 자국에서 회의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자 서울 개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지원과 고도의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첫 회의 장소를 서울로 관철한 것은 우리 측이 초반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국은 이번 회의 안건에 대해서는 구체적 합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그간의 태도로 볼 때 한미FTA 개정 협상에 즉각 들어갈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USTR이 지난달 우리 측에 보낸 서한에서 "협정의 개정·수정 가능성 등 협정 운영을 검토하자"고 명시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미FTA를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라고 부르면서 양국 간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자동차와 철강을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두 부문이 회의에서 미국 측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측은 서한 답신에서 밝혔듯 "한미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 공동으로 객관적 조사와 연구, 평가를 해볼 최선의 방안을 논의하자"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한미FTA 발효 이후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대규모 무역적자가 사실인지 먼저 확인해보면 미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 드러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우리측은 또 적자를 보는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부문 수지,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와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 남용 등으로 미국 측에 역공도 펼친다는 전략이다. 셰일가스 수입확대 등 무역 역조를 바로잡을 당근책 제시도 거론된다.
최근 태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미국 기업들은 한미FTA 재협상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한미FTA가 균형 잡힌 협정으로 잘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하원 무역위원회 소속 유력 의원들도 지난달 "한미FTA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혈맹 간의 전략적 이해를 담으려 했던 경제동맹"이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한미FTA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들이 미국 전체의 여론을 좌우한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미국 내에서조차 이런 비판이 있다는 점은 협상에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논리나 여론을 고려할 때 우리 측이 그리 불리할 게 없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으로 무장해 개정협상까지 갈 길목을 잘 차단하기 바란다. 새 정부 들어 부활한 통상교섭본부 수장에 10년 전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 본부장이 다시 임명된 만큼 그가 노련한 경험과 능력을 잘 발휘할 것도 기대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