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효과적 테러수단' IS 서방 겨냥해 악용
"일상불안→위축→외부인 배척→증오·분열 사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테러 때문에 일상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계심 없이 주변에서 늘 접하는 자동차가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흉기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도를 걷는 행인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시키는 테러 수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알카에다 같은 국제테러 단체의 선동이 있기 전에도 차량돌진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여러 이유로 발생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득세한 이후로는 프랑스 니스,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이 차량 테러로 참극을 겪었다.
IS가 테러 지침서에서 "차량은 칼처럼 손에 넣기 쉽지만, 칼과 달리 아무 의심을 안 받는다"고 기술했다는 점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훈련받지 않은 극단주의자가 따로 무기를 사지 않고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까닭에 '차량 테러에 필요한 것은 범행동기'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지구촌이 심각하게 보는 것은 테러수단의 이런 보편화를 넘어 차량 테러가 사회와 정치에 미칠 악영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차량 테러 때문에 발생하는 대중의 인식 변화를 가장 먼저 주목했다.
운전자가 교통규칙을 지킬 것이기 때문에 인도보행이 안전하다는 기본적 사회협약에 대한 신뢰가 차량 테러로 흔들린다는 것이다.
대중의 불안을 따지면 차량 테러가 역대 최악의 테러 가운데 하나인 9·11테러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도 나온다.
알카에다가 미국 뉴욕에서 2001년 저지른 9·11테러는 항공기로 월드트레이드센터, 미국 국방부를 들이받는 수법으로 이뤄졌다.
그 때문에 고층건물이나 정부부처, 여객기 탑승을 피하는 등 불안을 회피할 대안이 있다. 9·11테러 후 미국인들의 이런 동태가 실제 목격됐다.
반면 차량돌진 테러는 도시생활을 하는 한 회피할 방안이 많지 않다.
물론 차량 테러를 당할 확률은 교통사고 확률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표적이 돼 살해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은 우연한 사고의 불안과 엄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NYT는 1990년대 영국 런던을 지배한 일상의 테러 불안을 유사한 맥락에서 소개했다.
급진주의 아일랜드공화국군이 빅토리아 기차역에 있는 쓰레기통에 폭탄을 설치한 탓에 런던시가 쓰레기통을 아예 없애버린 적이 있었다.
쓰레기통이 사라진 이유를 아는 시민들은 쓰레기통이 없는 거리에 나올 때마다 어느 모퉁이에서라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NYT는 이런 공포가 점점 무뎌지지만, 종국에는 도시에서 안고 살아가야 할 위험에 대한 불안으로 마음속에 둥지를 튼다고 설명했다.
차량 테러로 인한 공포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공포가 단순히 불쾌한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와 정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학 연구결과들을 보면 사람이 종교, 국가, 인종과 같은 특정 집단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다고 느끼면 자신이 정체성을 둔 집단에 더 집착하고 외부인을 더 의심하고 강경하게 대하는 '아웃그루핑'(outgrouping) 경향을 노출한다.
최근 프랑스, 영국, 독일 등지에서 차량테러가 발생한 유럽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채텀하우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 과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이슬람권 국가 국민의 입국금지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조치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토대로 한 배척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고 법원에서 일부 제동이 걸린 상태다.
NYT는 차량 테러가 '아웃그루핑'을 촉진해 외부인으로 규정한 이들을 겁내고 그들을 통제하거나 징벌하려는 욕구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S와 같은 테러집단이 서방을 겨냥할 때 사회 문화적으로 정체성이 다른 이들을 향한 배척이 거세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차량 테러는 '우리'와 '그들'의 구도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편견을 강화해 사회를 전쟁터로 만드는 고도의 장치로 해석된다.
IS가 구사하는 차량 테러는 서서히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따지면 분열과 증오의 씨를 뿌린다는 점에서 미국, 유럽의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선동과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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