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 놓고 '추미애-친문' 충돌…시도당 공천권이 쟁점
홍영표·황희 등 잇따라 글 올려…"당헌·당규 지켜야"
秋 "갈등조장 피해달라", 홍영표 "집권당다운 단결할 때"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 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를 두고 20일 추미애 대표 측과 당내 친문(친문재인) 진영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당의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정당발전위를 통한 혁신이 필수라는 것이 추 대표의 소신이지만, 일부 의원들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당헌·당규를 손보는 것은 공천권에 대한 중앙당의 장악력을 높이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자 추 대표는 전날과 이날 연속으로 SNS에 글을 올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전해철 의원과 황희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이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만든 혁신안을 지키자는 것이 혁신 반대냐"며 여기에 재반박하는 글을 올리는 등 대립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당 대표와 당내 주류 세력인 친문진영이 정면으로 충돌해 이번 사태의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25일로 예정된 의원 워크숍이 이번 사태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당발전위의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서는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우선 지방선거 1년 전에 공천 규정을 확정 짓도록 당헌에 명시돼 있는데, 이를 미룬 채 제도손질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당헌 위반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공천을 각 시도당위원회에 보장하느냐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만든 혁신안에 따라 각 지역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의 공천권을 시도당위원회에 이양한 바 있는데, 반대파 의원들은 정당발전위 논의 과정에서 이런 혁신안이 수정되면서 중앙당의 공천권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결국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의총을 끝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SNS를 통한 장외 설전이 계속되면서 대립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추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며 "(현행 공천제도가) 시도당 위원장 본인의 줄 세우기 도구로 이 규정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면 이를 방지해야 한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도 페이스북 글에서 "계파와 당내 실세, 지역 국회의원 입김이 아닌 실력과 노력으로 국회에도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의도 정치 역시 명망가 정치, 계파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표적인 친문 의원으로 분류되는 전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려 추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 의원은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방선거 1년 전에 필요한 규정과 절차를 확정해 공표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이 당헌·당규에 맞게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정당발전위에서 당헌·당규 수정작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당헌·당규를 실천하자고 주장하는 것을 마치 혁신에 반대하는 것처럼 오도하는 인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추 대표를 비판했다.
친문인사인 홍영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선승리를 위해 뛰었던 의원들이 한순간에 반개혁 세력으로 지적받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 의원들이 마치 지방선거 공천권이나 행사하려는 구태 정치인으로 매도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추 대표가 제안한 적폐청산위와 정당발전위에 반대하지 않으며, 당헌·당규에 위배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저는 정치 입문 전부터 당원 중심 정당 건설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다만 선거 1년 전에 공천 규정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과 중앙권한의 분권화 혁신안의 경우, 이를 실천해보지도 않고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홍 의원은 "집권 민주당다운 단결이 필요한 때"라며 "이번 상황이 더는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생산적인 토론으로 합리적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친문인사로 분류되는 황희 의원 역시 시도당위원회 공천권 보장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방의 분권을 주장했다. 당 운영도 마찬가지"라며 "제가 얘기한 것 중 어느 것이 반개혁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추 대표와 친문진영 측은 각각 자신들의 주장이 문 대통령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추 대표는 "저는 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고,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추진하려던 정당혁신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친문 정조준' 등 갈등 조장형 언어는 피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전 의원은 "지금의 당헌·당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시절 재신임을 걸고 중앙위를 통과시킨 것"이라고 했고, 황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고 문 대통령 탄생까지 지켜보며 '없이는 살아도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신조로 살아왔다"며 자신의 주장이 반개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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