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7년 동남아시안게임 개최국인 말레이시아가 안내책자에서 국기를 거꾸로 인쇄한 책자 때문에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2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동남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전날 개막식에 참석한 귀빈들에게 대회 소개 책자를 제작해 배포했다.
그런데 이 책자의 역대 대회 개최국 소개 페이지에는 1979년, 1987년, 1997년, 2011년 개최국인 인도네시아의 국기가 잘못 인쇄됐다.
'적백기'(赤白旗)를 의미하는 '상 메라 푸티'(Sang Merah Putih)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국기는 직사각형을 가로로 양분해 윗부분은 용기를 상징하는 적색, 아래쪽은 신성함을 나타내는 백색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이번에 제작된 대회 소개 책자에는 위가 흰색, 아래가 적색인 폴란드 국기가 인쇄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인도네시아 올림픽위원회의 에릭 토히르 위원장은 "한 국가의 정체성을 혼동한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책자를 즉각 회수해 폐기하고 다시 인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 장관인 이맘 나라위도 "매우 뼈아픈 실수가 있었다.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말레이시아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처럼 큰 행사가 어떻게 그런 실수로 빛이 바랠 수 있는가"고 비난했다.
말레이시아 측도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카이리 자말루딘 말레이시아 청소년체육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런 실수가 생긴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과한다"며 "우리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주길 바란다. 악의는 없었다"고 썼다.
카이리 장관은 또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 장관을 별도로 만나 사과하기로 했다.
조직위도 성명을 통해 "실수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유감의 뜻을 표하며 양국 관계가 이번 대회 정신을 통해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의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종교(이슬람교도) 언어 등이 비슷하지만, 독특한 자신들의 음식과 문화를 상대방이 베끼거나 따라 한다며 종종 갈등을 빚기도 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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