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훈련 중 순직 장병 국군수도병원 빈소에 조문 행렬 이어져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지난달 27일 7박 8일 휴가 나와 4일에 복귀했으니 2주밖에 안 됐는데…복귀하는 날 친구 만나고 나서 전화해 이제 들어간다고 통화한 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이달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군부대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사고로 순직한 정모(22) 상병(1계급 추서 진급)의 가족들은 날벼락 같은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듯 할 말을 잊었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정 상병은 사고 당일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19일 새벽 숨졌다.
유가족들이 사고현장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사고 경위 설명을 듣고 나서 국군수도병원으로 돌아온 날 밤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졌다.
20일 만난 유가족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마지막까지 정 상병에게 예우를 갖춰달라며 울먹였다.
아들과 딸을 둔 정 상병의 어머니는 "항상 우리의 손발이 되어준 심성 곧고 착한 아들이었다"며 "너무 못 해준 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다 눈물을 훔쳤다.
대학에서 전자기계설비를 전공한 정 상병은 졸업을 1학기 남긴 지난해 12월 입대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휴가 나와도 부모가 30년 넘게 운영해 온 봉제공장 일을 도울 정도로 속이 꽉 찬 아들이었다.
"몸이 불편한 엄마 아빠 생각해서 공장에 기계가 새로 들어오면 설치하는 걸 도와주고 그랬어요."
정 상병의 부모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다소 불편하다.
정 상병의 누나(24)는 "이번에 휴가 나와 들어가기 전날 가족들이 함께 외식했는데…"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1층과 지하 1층에 각각 마련된 정 상병과 이모(27) 상사(1계급 추서 진급)의 빈소에는 궂은 날씨에도 아침부터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군 장병들과 가족, 친지 등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상사는 18개월 된 아들을 남겨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앞서 전날 밤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수도병원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사고원인 규명과 희생된 장병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약속했다.
이날은 김운용 3군사령관과 제갈용준 5군단장을 비롯해 많은 군 장병과 유가족, 친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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