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계란 좋긴 한데…2배가량 비싼 가격이 문제

입력 2017-08-20 13:25  

동물복지 계란 좋긴 한데…2배가량 비싼 가격이 문제

일반란 개당 233원, 동물복지란 498원

"친환경 복지 농장 확대 위해 소비자 인식 전환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정부가 '살충제 계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밀집사육 방식을 점차 선진국형 동물복지 농장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친환경 동물복지 농장을 확대하려면 정부나 사육농가의 의지 못지 않게 '건강한 계란'의 생산과 소비를 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해도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계란 유통물량의 1% 수준에 불과한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대표적 일반 계란 상품인 '알판란'은 30개짜리 한 판이 6천980원이다.

반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유정란 10구' 상품은 4천980원에 팔리고 있다.

또다른 브랜드인 '무항생제인증 동물복지 유정란 15구' 상품은 가격이 6천780원이다.

'알판란'은 개당 가격이 233원인 데 비해 '동물복지 인증받은 유정란 10구'는 개당 가격이 498원, '무항생제인증 동물복지 유정란 15구'는 452원이다.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동물복지 계란이 일반 계란보다 대략 2배 안팎 비싼 셈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년 전 시범적으로 별도의 동물복지 계란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지금은 소량의 상품을 들여와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살충제 계란' 파동이 빚어진 지난주부터는 동물복지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2∼3배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밀집사육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은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을 놓고 봤을 때 동물복지 농장에서 사육할 수 있는 산란계 마릿수는 밀집형 농장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동물복지형 농장의 계란 생산량 역시 같은 면적의 밀집사육 농장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집중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만 보면 우리나라의 밀집사육 방식이 저렴한 계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일반적 견해다.

주요 축산 선진국 중 하나이자 우리보다 동물복지형 산란계 사육의 역사가 오래된 호주에서도 이른바 '케이지 프리'(cage free·방목)방식으로 키운 닭이 나은 계란은 그렇지 않은 계란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다.

호주의 대표적 대형마트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에서 15구짜리 '케이지 프리' 계란은 약 5∼6달러대(약 4천∼5천원대), 일반 계란은 2∼3달러대(약 2천∼3천원대)에 판매된다.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 계층은 대체로 '케이지 프리' 상품을 사 먹고, 정부 보조금 등을 받는 빈민이나 서민층은 일반 상품을 주로 사 먹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동물복지형 산란계 농장이 확대될 경우 필연적으로 동물복지 계란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가격 차이에 따른 '먹거리 빈부 격차' 문제가 대두할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동물복지형 농장의 확대와 함께 건강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는 동물복지 농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비용이나 가격 상승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친환경 방제약 개발 등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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