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최상의 예우'…"이순진은 작은 거인…42년 애국의 길 기억할 것"
非육군 정경두 의장에 '국방개혁' 힘싣기…"강한 군대 만들기는 국민 명령"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김귀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이순진 합참의장 전역식과 정경두 신임의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이 군의 최고 선임지휘관에 해당하는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건군(建軍) 이래 처음이다.
이는 그 자체로서 문 대통령이 헌법상의 최고통수권자로서 군(軍)에 대해 최상의 예우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갖춘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합참의장 전역식과 신임의장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과 지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국가 안보를 위해 평생을 바친 미군 최고의 사령관에 경의를 표하고 업적과 노력을 기림으로써 군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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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이날 합참의장 이취임식 참석도 같은 맥락에서 군에 대한 최고의 경의를 표하고 사기를 북돋우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평생을 국가에 헌신하고 명예롭게 제대하는 군인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자 하는 것과 군인으로 묵묵히 나라에 헌신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를 제대로 알려 국민께 응원과 감사의 박수를 받게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 상통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하겠다고 결정한 데에는 이순진 합참의장이 지난달 18일 군 지휘부 초청 오찬에서 문 대통령에게 군인으로서의 고충과 사회적 예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당시 "42년간 마흔다섯 번의 이사를 했고, 동생들 결혼식에도 한 번도 참석 못 했다"고 기존 군 생활에서 겪었던 애환을 토로하면서 미국 사회가 군을 어떻게 예우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 의장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합참의장 전역식에 참석하고, 항공기 내에서 일등석 자리가 비면 가장 먼저 제복 입은 군인에게 양보하는 문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감명을 받은 문 대통령은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이 의장의 전역식 행사 날짜를 묻고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문 대통령은 이 의장이 42년간의 군 생활 속에서 보여준 책임감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인춘풍 지기추상',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부하들에게선 늘 '순진 형님'으로 불린 부하 사랑 모습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 바라는 참군인의 표상이었다"며 "이 대장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오늘 명예롭게 전역한다. 조국은 '작은 거인' 이순진 대장이 걸어온 42년 애국의 길을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육군 병장 출신의 국군통수권자'라고 표현하며 '군심'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
문 대통령은 "우리 60만 국군장병 모두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자부심이 되기를 바란다"며 "조국의 안보와 평화를 수호하는 전선에서 여러분과 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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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주목할 또 다른 대목은 문 대통령이 정경두 신임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한 것이다.
공군 출신인 정 총장의 임명은 해군 출신인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모두 비(非)육군이 맡게 되는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이날 행사 참석은 새 군 수뇌부가 주도하는 국방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 의장을 중심으로 전 군이 하나가 되어 정부의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고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군을 만드는 데 진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강한 군대를 만들라는 국방개혁이 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국방개혁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싸워서 이기는 군대 ▲지휘관부터 사병까지 애국심과 사기가 충만한 군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를 새로운 군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개혁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3축체계 조기 구축과 전시작전권 환수 준비를 위한 군의 노력을 지원하겠다며 개혁과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군은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한 것에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현역 군인 중 최고 서열인 합참의장의 이취임식 행사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62만여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높여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관행처럼 참석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 들어 군 행사와 관련한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군의 위상과 역할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국민들에게 각인될 것"이라며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병사들의 월급을 인상하고 국방예산 증액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합참의장 이·취임 참석은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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