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만에 나타나서"…STX측 늑장방문에 유족들 분통(종합)

입력 2017-08-20 22:26   수정 2017-08-21 10:40

"7시간 만에 나타나서"…STX측 늑장방문에 유족들 분통(종합)

폭발사고 사망 4명 유족들 "뉴스 보고 달려왔다…원청이 책임 져야"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박영목 기획관리부문 상무 등 회사측 관계자 10여명이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장례식장을 방문한 박 상무는 "유족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사무실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빨리 올 수 없었다"고 사과했다.

이에 유족들은 "사고가 났으면 회사에서 먼저 연락을 해줘야지 뉴스를 보고 병원으로 달려오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가 병원에 왔을 때 회사 관계자는 한 명도 없고 전화도 없었다", "일이 있어 오질 못하면 관계자 한 명이라도 장례식장에 보내는 게 예의 아니냐", "사고 발생 7시간 넘게 나타나지도 않는 게 도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센 항의에 한동안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 박 상무는 "현재 경찰과 고용부에서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와 회사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사과해야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겠다는 게 무슨 말이냐", "하청에 책임 떠넘기지 말고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거센 항의에 사측 관계자들은 유가족들에게 거듭 사과한 뒤 자리를 떴다.

앞서 이날 오후 창원시 진해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이날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협력업체 작업자 4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 중 몇몇은 영정사진도 없이 불 꺼진 빈소에 쭈그려 앉은 채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흐느꼈다.

다른 유가족들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흐느꼈다.

특히 이들은 한동안 시신 확인이 되지 않자 "언론에 나이랑 성까지 전부 나오고 있는데 유가족이 얼굴 한번 못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병원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뒤늦게 얼굴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안치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놓아 울었다.






한 유가족은 "사고 발생 뒤 원청과 하청회사 그 어디에서도 유가족에게 연락 한 통 없었다"며 "주변 지인들로부터 '폭발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을 거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울먹였다.

이어 "최근 일이 많아지며 주말근무가 잦았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며 "하청업체 직원이니 휴일이라도 나가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폭발 사고 사망자 4명 중 김모(52)씨와 박모(33)씨를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김모(44)씨도 뉴스를 보고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김 씨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해 봤더니 받지를 않아 '뭔가 잘못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주에 이들과 함께 울산으로 넘어가 일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버렸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며 함께 일하던 사이라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두 사람 모두 오늘처럼 휴일근무도 마다치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탱크 도장작업이 조선업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위험한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유독가스에 노출될 수 있어 탱크 도장작업은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꼭 착용하고 해야 한다"며 "어디선가 불꽃이 튀었거나 전기 배선 쪽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작업 중인 당사자들이 아니면 금방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고를 대비해 탱크 작업 중에는 화기 감시자라고 관리자가 함께 있으며 주변 상황을 꼭 확인해야 하는데 이번엔 어땠는지 모르겠다"며 "주말이라고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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