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명품'이라던 K-9 자주포, 또 사고 내다니

입력 2017-08-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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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명품'이라던 K-9 자주포, 또 사고 내다니

(서울=연합뉴스) 지난 18일 중부전선 포사격 훈련장에서 K-9 자주포의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장병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육군은 숨진 이모 중사와 정 모 일병을 순직 처리해 1계급 추서 진급시키고, 21일 국군수도병원에서 '군단장(葬)'으로 합동 영결식을 엄수키로 했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 훈련 중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장병들에게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정확한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 노력이 중요하다. 군인이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게 아니라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일이 되풀이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합참의장 이취임식에서 희생 장병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 뒤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K-9 자주포는 북한보다 열세인 우리 군의 포병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돼 2000년부터 전력화됐다. 유사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제압할 수 있는 우리 군의 핵심 지상화력으로, 500여 문이 실전 배치돼 있다. 특히 터키, 폴란드, 핀란드, 인도 등에 수출할 만큼 '명품무기'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고가 주는 충격은 크다. 육군은 사고 직후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 군 수사기관뿐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서울경찰청, 한화테크윈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K-9 자주포 자체의 장비결함, 장약 불량, 탄약 관리 부주의 등 이외에도 탄두폭발, 장약 폭발, 포탄 장입 이상 등의 가능성을 조사한다고 한다. 병원에 후송된 부상 장병들은, 포신 뒷부분에 탄약과 장약을 삽입하는 폐쇄기에서 연기가 새 나오는데 포탄이 발사되고 폭발로 이어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포탄 발사 직전에 폐쇄기가 완전히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번 사격훈련에서 평소 훈련 시보다 장약 사용량을 늘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군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거듭 요구되는 상황이다.



K-9 자주포 내부에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K-9의 성능에 대한 우려는 전부터 제기됐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는 해병부대에 배치된 K-9 자주포 6문 중 3문이 고장을 일으켜 최초 대응사격을 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군수품 납품업체 34곳이 주요 국산 무기부품의 시험성적을 조작해 불량부품을 공급한 사실이 국방기술품질원에 적발됐는데 K-9 자주포 부품도 포함됐다. 2009년에는 K-9 자주포 부품을 납품하는 미국계 무기부품 제조업체가 납품 단가를 부풀려 59억 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군 당국이 K-9 자주포의 성능과 안정성에 대해 진작에 제대로 조사했으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차제에 K-9 자주포의 생산 과정에 비리가 없었는지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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