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속 실제 공간으로 떠나는 택시여행…다음 달 3일까지 무료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에 살면서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소"
22일 택시를 타고 광주 망월동 옛 5·18묘역을 찾은 김정보(67)씨는 들머리에 세워진 5·18사적지 알림비를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김씨와 택시를 합승한 광주 지산동 주민 박순선(66·여)씨도 이곳이 37년 전 계엄군에게 죽임 당한 시민이 쓰레기차에 실려 와 내던져졌던 장소라는 설명에 귀 기울였다.
몇 걸음 이동한 이들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추모비 앞에서 고립됐던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던 고인을 기렸다.
영화 '택시운전사' 흥행을 계기로 택시를 타고 5·18 민주화운동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행사 '5·18택시운전사'가 여정을 시작했다.
이날 첫 손님을 태우고 광천터미널에서 길을 나선 택시운전사 송형섭(57)씨는 옛 육군 상무대 영창 터였던 5·18자유공원과 힌츠페터 추모전시가 열리는 광주광역시청을 거쳐 옛 5·18묘역으로 달려왔다.
송씨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며 영화 속 독일기자의 실존인물인 힌츠페터 추모를 마친 손님들은 다시 택시에 올라 국립 5·18민주묘지를 거쳐 옛 전남도청으로 향했다.
옛 도청으로 오는 길목에서는 국립 5·18민주묘지와 옛 적십자병원을 들렀다.
영화에서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의 주검이 안치됐던 옛 적십자병원은 항쟁 당시 실제로 많은 부상자와 사망자가 실려 왔던 장소다.
택시 승객들은 이번 여정에서 가장 긴 시간을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계엄군에 맞서 싸웠던 옛 도청과 바로 앞 5·18민주광장에서 보냈다.
이곳은 1980년 5월 21일 계엄군 집단발포가 일어났던 장소이자 계엄군 헬기사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총알 자국이 발견된 전일빌딩과 인접해 있다.
손님들은 송씨의 이러한 설명을 들으며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항쟁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역사 현장을 거닐었다.
택시기사 송씨는 옛 도청 앞 광장 한편에 우뚝 솟은 시계탑에 서린 사연도 소개했다.
힌츠페터는 5·18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시계탑을 피사체로 삼아 카메라 초점을 조정했다.
또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시계탑이 다른 장소로 옮겨지자 '시계탑은 알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해 5·18의 아픔을 간직한 시계탑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도록 힘을 보탰다.
승객들의 여정은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탐방을 끝으로 약 3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택기기사 송씨는 "1980년 당시 항쟁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마음의 빚이 있다"며 "올바른 5·18 해설을 위해 어젯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왔다"고 미소 지었다.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사전 예약 방식에 무료로 운영되며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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