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중국에서 빚더미에 앉은 좀비 기업들이 우량 회사를 위한 출자전환 자금마저 잠식한 탓에 가뜩이나 위험 수위에 오른 중국의 부채 리스크에 부채질을 하게 됐다.
2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금융권의 출자전환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분기 1천160억 달러(약 132조 원)에 달한 것으로 프랑스 자산운용회사 나티시스는 집계했다.
출자전환은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빚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우량 기업의 일시적 자금난을 덜기 위한 정부 대책으로 나왔다.
당시 국무원은 좀비 기업에는 출자전환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으나 2분기 출자전환 자금 중 55%가 이미 과잉 생산에 시달리는 석탄, 철강 업계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티시스는 분석했다.
특히 출자전환 중 일부는 좀비 기업의 부채 회피 술수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BNP파리바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치 로는 "출자전환 프로그램이 자금줄을 찾는 부실 기업의 노림수에 오르게 됐다"면서 "좀비 기업이 금융 시스템을 먹어치우는 암세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 중에서는 철강 업체인 중강(中鋼), 금광 업체인 산둥황금(山東黃金) 등이 출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출자전환이 기업의 위험 부담을 가계로 떠넘긴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건설은행은 윈난틴그룹 등의 부채를 자산 관리 상품으로 전환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애널리스트인 매튜 판은 "악성 대출 중 일부는 가계로 흘러들어 가 기업이 다시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출자전환이 우량 기업을 살리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출자전환 규모는 1조 위안(약 170조 원)에 달했다.
이번 출자전환 조치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제시한 것으로, 1990년대 부실 국유은행 정리 때도 시행됐다.
중국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신용 확대 정책을 펴면서 기업 부문 부채가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서 지난해 170%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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