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등 4명 사망사고 원인 다각도 수사…배기장치 작동·전기 스파크 발생 여부 등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4명의 목숨을 앗아간 STX조선해양 폭발사고는 건조중인 선박내 탱크 안에서 발생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사고 발생 이틀째인 21일 오전부터 전문 인력을 현장에 보내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현재까지 폭발원인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밀폐공간에 있던 인화성 물질이 어떤 원인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오전 조사를 끝낸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역시 탱크내 전기 스파크가 발생해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식을 진행했다.
숨진 4명은 건조가 90% 가량 진행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내 좁은 탱크 속에서 도장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갑판에서 지름 1m 가량의 좁은 입구를 지나 수직으로 10m 가량 내려가야 닿는 좁은 밀폐 공간이었다.
사방이 꽉 막힌 좁은 탱커 안에서는 질식 또는 폭발위험이 상존한다.
회사측에 따르면 탱크 안에서 용접 등 화기를 쓰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데도 내부 폭발사고가 났다.
당시 작업공간내에 폭발을 일으킬만한 다른 원인이 있었다는 뜻이다.
산업안전공단이 작성한 선박건조 안전보건 매뉴얼은 '블록이나 선체 내부에서 도장작업 중 인화성 액체의 증기나 가스 등에 의한 화재 폭발위험'을 적시하고 있다.
조선소에서 선박 안팎 도장작업을 할 때 붓 대신 페인트를 안개 형태로 뿌리는 스프레이 건을 쓴다.
작업자들은 도장복을 입고 필터가 달린 마스크를 쓴 채 스프레이 건으로 탱크 벽면을 도장한다.
페인트를 분무하기 때문에 인화성 물질이 공기중에 가스 상태로 떠다닌다.
인화성 증기를 강제로 밖으로 빼내는 배기장치를 반드시 가동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폐공간에 쌓인 인화성 가스는 화기에 닿으면 화재나 폭발을 일으킨다.
전기적 스파크 역시 인화성 가스를 폭발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스파크 방지 기능이 없는 일반 랜턴을 가지고 블록 내부에서 도장작업을 하다 랜턴에서 스파크가 발생해 폭발한 사례도 있다고 산업안전공단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안전보건 매뉴얼은 조선소 밀폐작업 때 고무, 실리콘 등 소재로 완전히 밀봉한 방폭장치를 갖춘 전기기구 사용을 강제한다.
정전기로 인한 폭발 우려도 있어 작업자들이 입는 도장복 역시 정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제전(除電) 기능을 갖춰야 한다.
조선소 근무 경력자들은 직접적인 화기가 없었음을 전제로 사고가 난 작업장에 조그만 전기적 요인에도 폭발할 정도로 인화성 증기가 쌓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지적했다.
한 조선소 근무자는 "현장 매뉴얼대로 환기를 제대로 했는지, 현장 직원들이 제전복을 입고 작업했는지, 방폭장치를 갖춘 작업도구를 사용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내 탱크에서 폭발이 발생,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작업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발 사고가 난 선박은 7만4천t급으로 오는 10월 그리스 선박회사에 인도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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