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인권법연구회 출신…사법부 일대 개혁 예고
양승태 現대법원장보다 연수원 13기 후배…파격적 세대교체
"사법행정 민주화 선도…공평·정의 사법부 이룰 적임자"
"인적쇄신 감안해 기수 건너뛴 것 아니지만 그런 문제 수반되면 감수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 증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부산 출신의 김 후보자는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양승태(연수원 2기) 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13기수 후배다.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그 후신의 성격이 강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는 등 향후 사법부에 커다란 개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법관 재임 기간에 재판 업무만을 담당하면서 민사실무제요를 집필한 민사법 전문 정통 법관"이라며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자신에 엄격하고 청빈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배려하고 포용해 주변의 깊은 신망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은 법관으로 사회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 번역서를 펴내고 인권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려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현직 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임명한 배경에 대한 질문에 박 대변인은 "그 직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인사를 파격으로 규정해도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감안해 우리 자체도 더 높은 기준으로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김 후보자 지명은 그런 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적 인사인 김 후보자 발탁이 문 대통령의 사법부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더 좋은 후보자를 찾기 위한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그렇게 해석해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그런 해석과 관계없이 개혁조치를 해나가야 하는 것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원칙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13기나 차이가 나는 인사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게 사법부의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적합한 인사를 찾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전문성을 다 고려한 인사로,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두고 기수를 건너뛴 것은 아니다"라며 "설령 그런 문제가 수반된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논문표절 등 이른바 새 정부의 '5대 인사배제 원칙'에 위배된 내용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담당 부서로부터 받은 내용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4부 요인임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인선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것 정도로 하자고 내부에서 얘기됐다"며 "필요하면 더 할 수도 있지만, 첫 조각 인사에서 직접 발표는 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물론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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