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반에 정국 유동성 증폭…고이케, 중의원 선거 진두지위 여부 변수
과거 두차례 비자민 연대 정권 창출 경험…성사 여부 미지수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치권에서 여당인 자민당을 제외한 범야권 신당 창당론이 퍼지고 있다.
현 중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12월 이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의한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비(非)자민 신당'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측 인사인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의원은 민진당 탈당파인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의원과 지난 11일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최근 안보환경 등은 물론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의 협력 방안 등 관심사에 대해 두루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카사 의원은 회동 후 "두사람의 방향성은 같았다"고 말했다.
와카사 의원은 고이케 의원들 대신해 내년 중의원 선거를 겨냥한 신당 '일본퍼스트회'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호소노 의원을 비롯해 역시 민진당 출신의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의원 등 무소속 그룹, 민진당 현역 의원들을 잇따라 접촉해 신당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창당의 동력은 '사학스캔들'의 충격으로 아베 총리가 지지율 추락으로 정국 장악력을 급속히 상실한 점, 그리고 이런 여파로 지난 7·2 도쿄도의회선거에서 자민당과 민진당이 참패하고 고이케 지사가 압승한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유권자는 자민당을 대신할 새 정치세력을 원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37%에 머물렀다. 그러나 제1야당인 민진당의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여권에 대한 실망이 야당 지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민진당 의원들 가운데서는 이미 "고이케 신당이 나오면 합류할 것"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민진당은 9월 1일 당대회를 열어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렌호(蓮舫) 전 대표의 후임을 선출하는 등 전열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무상,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전 간사장이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마에하라 전 외무상이 당내 보수세력의 대표라면, 에다노 전 간사장은 온건개혁론자의 대표에 해당한다.
그러나 어느쪽이 승리해도 내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의 내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미 마에하라 전 외무상은 "더이상 민진당이라는 깃발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최근에 대두되는 '비자민 연대' 움직임은 과거 두차례 성사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정권 창출까지 달성한 바 있다.
1993년이 첫 사례다. 당시 자민당의 파벌이 분열하면서 정치권은 자민당과 일본신당·신생당·사회당·공명당 등 7당·1회파(한국의 교섭단체에 해당)로 구성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의 '비자민연립정권'이 탄생했다.
물론 이 연립정권은 11개월만에 자민당에 정권을 빼앗겼지만 이는 신생당과 공명당, 일본신당 등으로 구성된 거대 야당 신진당으로 이어졌다.
두번째 비자민 연대는 1998년 구(舊) 민주당과 신진당 세력이 통합해 '민주당'을 창당한 것이다.
이 민주당은 2003년 자유당과의 통합을 거쳐 2009년 총선에서 자민당을 누르고 정권을 잡았지만 3년3개월만에 아베 총리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에 따라 현재의 비자민 연대는 일본 정치권에서는 큰 틀에서 세번째 시도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지난 두차례의 정계개편에서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대표라는 걸출한 정계 기획자가 큰 그림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도 그는 자유당 대표를 맡고 있지만, 정치권내 위상과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또 신당 창당시 고이케 지사의 역할도 변수다. 고이케 지사가 직접 신당 창당에 뛰어들고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경우 '고이케 돌풍'을 이어갈 여지가 있으나, 현 단계에서는 측면지원을 한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다만, 사학스캔들을 계기로 불거진 아베의 제왕적 통치에 대한 피로감이 국민들 사이에 상당하고 고이케 지사를 비롯한 신당창당 세력들도 민심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유동성은 한층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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