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황연우 씨 친환경적 농장에서 닭들 방목해 키워
"살충제 검출 소식에 억울할 따름"…청와대에 민원 제기
(김제=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친환경적 시설에서 닭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키웠는데 살충제가 나왔다뇨. 너무 억울해서 잠도 안 옵니다."
전날 추가 검사를 통해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의 한 산란계 농장주 황연우(45)씨는 21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황씨는 지난 2012년부터 6년 동안 약 1만㎡ 부지에 꾸지뽕 300그루와 오디 80그루를 재배했다.
항상 나무 주변에 솟는 잡초가 신경 쓰였던 황씨는 지난해부터 닭 300여 마리를 풀어 키웠다.
닭들은 나무 사이를 누비며, 잡초를 제거하고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었다.
매일 아침 낳는 달걀은 덤이었다.
이 닭들이 낳은 달걀은 노른자에 이쑤시개를 찌르는 실험에서 무려 60개가 꽂힐 정도로 신선했다.
건강하지 못한 달걀은 20∼30개만 꽂아도 노른자가 뭉개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이웃들은 좀처럼 보기 드문 방목형 농장에서 자란 닭들이 낳은 달걀을 팔아 달라고 황씨에게 부탁했다.
마침 웃자란 잡초를 줄이기 위해 닭을 더 키울 생각이었던 황씨는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해부터 황씨는 하루에 딱 달걀 8판(240개)만 주문을 받아 지인 등에게 값싸게 팔았다.
산란계를 700여 마리까지 늘렸지만, 닭들이 알을 많이 낳도록 조명을 조정하는 등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신선한 황씨 달걀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져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저녁 황씨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신선하다고 소문났던 달걀 1천588개가 한순간에 회수돼 폐기됐다.
황씨는 "절대 살충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 농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으냐"며 전북도와 김제시 등에 재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씨는 결국 이날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고 행정심판청구를 준비하기로 했다.
황씨는 "다른 농장은 공장처럼 닭들을 사육하기도 하는데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풀어놓고 키웠다"며 "살충제가 나왔다는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황씨 농장에서 해충을 잡는 약제를 봤는데 식물추출물로 만든 제품이었다"며 "주변에 있는 논 등에서 살충제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정확한 경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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