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시청률에도 신선한 연출 '눈길'…김세정 잠재력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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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부터 우열을 가리고 그 잣대를 생활 곳곳에 적용해버리는 최근 학교는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KBS 2TV 월화극 '학교2017'은 주로 풋풋한 첫사랑이나 학교폭력 등 주로 교내 문제에 초점을 맞춰온 그동안의 '학교' 시리즈들과 달리 성적지상주의를 꼬집음으로써 사회의 실적만능주의까지 건드린다.
시청자층이 넓은 SBS TV '조작'과 인기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을 내세운 MBC TV '왕은 사랑한다'에 밀려 시청률은 5% 미만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소재뿐만 아니라 배우, 연출 등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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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배경인 금도고등학교는 철저하게 성적 위주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급식 순서마저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를 먼저 챙길 정도이니 말이다. 거기에 학생들은 '집안 재력'의 잣대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한다. 부유하지 못한 집안의 송대휘(장동윤 분)는 노력만으로 전교 1등이란 성과를 이뤘지만 유명 검사를 아버지를 둔 김희찬(김희찬)에게 늘 이용당하는 신세다.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드라마라 극화한 부분도 있으나 현실의 학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올해 대입 정시모집 선발비중은 26%, 이 중 수능 위주는 2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교육 시장만 신난 수시 전형이다. 어느새 '인(in)서울 대학'에 지방 학생 비중이 급감한 것도 부익부 빈익빈이 교육 분야에까지 대물림된다는 증거다.
드라마는 이런 사회의 불편한 부분에 유머를 곁들여 지나치게 무겁지 않도록 신경 썼다. 초반 성적 제일주의에 반기를 들고 교내를 휘젓고 다닌 'X'를 시청자가 추리하게 한다거나, 주인공 라은호(김세정)가 만화가를 꿈꾸는 인물인 만큼 웹툰 같은 연출을 종종 선보이는 장치가 그렇다.
다만 사회적인 메시지와 연출기법에 힘을 들이다 보니 캐릭터들이 살지 못하는 반작용은 있다. 신인 등용문으로 불리는 '학교' 시리즈답게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고, 그중 이종석·김우빈 같은 스타도 나와야 하지만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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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20대의 시각으로 학생을 연기하면 더 풍부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박진석 PD의 말처럼 주연 배우 중에는 20대 후반도 있지만 교복 차림이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특히 걸그룹 구구단 멤버인 김세정은 첫 연기 도전으로 방송 전 우려도 낳았지만, 자신의 원래 캐릭터와 딱 맞는 역할을 만나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환한 미소와 씩씩함을 그대로 가져왔다. 차별이 만연한 교내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며 통쾌한 '사이다'를 선물하는 은호의 미소에 어른들의 마음도 동할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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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들도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특히 금도고 이사장 아들 현태운 역을 맡은 김정현은 전작 MBC TV '역적'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귀여운 터프가이'로서 김세정과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잘 살리며 호평받고 있다. 장동윤도 강제로 철이 들 수밖에 없었던 '어른아이' 대휘를 잘 소화하는 중이다.
학생들의 반격이 철옹성 같던 금도고 시스템에 서서히 금을 내는 가운데 극이 남은 절반에서 시청률의 반등과 스타 탄생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이건준 책임프로듀서는 22일 "냉혹한 사회의 축소판이 돼버린 학교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학생들을 그리고 있다"며 "'X' 사건으로 시작한 만큼 후반부도 X의 활약에 집중하고 태운-대휘의 '브로맨스', 은호-태운의 멜로를 곁들이겠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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