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6년간 사법부를 이끌어갈 대법원장 후보자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9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16대 대법원장에 취임한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는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새 대법원장 후보자인선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왔으나 김 후보자 지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단 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 아래이고, 나이도 11살 적다. 현재 13명의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은 대법관이 9명에 달할 정도로 '기수파괴'이기도 하다. 1970년대부터는 전직 또는 현직 대법관이나 대법원판사 중에서 대법원장을 임명해왔는데 이 관례도 거의 반세기 만에 깨졌다. 김 후보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의 주축이었던 진보성향 법조인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진보·개혁 성향 법관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선택한 데는, 사회 각 분야의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나감에 있어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두고 기수를 건너뛴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설령 그런 문제가 수반된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해 향후 과감한 인적 쇄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법원 안팎에서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분출해온 점을 볼 때 개혁성향의 후보를 지명한 것은 나름대로 국민 여론을 수렴한 결과로 해석된다. 법원에서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8년 만에 두 차례 열려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등 일선 판사들의 개혁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승태 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의 보수색이 짙어지고 관료주의가 심화한 데 따른 일선 판사들의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관 제청권과 법관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집중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정치권 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를 받는 대로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법원 안팎에서 제기되는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에도 답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 "국민과 법원 구성원의 수준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서울대·판사 출신·남성'이라는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대법관 구성 공식부터 깨서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에만 박보영 대법관 등 6명의 대법관이 교체될 예정인 만큼 김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을 행사하면서 이런 부분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을 보좌하는 법원행정처가 엘리트 판사 위주의 운영과 인사권 독점 등으로 비대화·관료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인 만큼 법원행정처 권한을 분산하고, 투명화하는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는 대신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대법관을 선임하는 방안도 국회 개헌논의와 연계해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김 후보자 지명 자체가 파격이라 보수적 성향의 법원 구성원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기류를 잘 다독이면서 개혁과제를 지혜롭게 추진하는 것도 김 후보자 앞에 숙제로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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