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수천개의 위험한 백색 가전 제품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냉장고에서 시작된 불이 가연성 외장재로 인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80여명이 목숨을 잃은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2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 런던소방대장 등 안전 전문가들이 영국 정부를 향해 비슷한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한 "신속한 행동"을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런던소방대장과 사디크 칸 런던시장, 안전단체 대표 등 7명은 21일(현지시간) 내놓은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런던 서부에 있는 18층짜리 아파트 세퍼즈 코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수천개의 위험한 백색 가전 제품이 영국 가정에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퍼즈 코트 화재는 결함이 있는 회전식 빨래 건조기가 원인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7층과 9층 사이 아파트 여러 채가 불탄 화재였다.
이들은 "화재 위험이 심각하고 리콜 또는 시정조치를 받아야 하는 백색 가전 제품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며 "더욱 나쁜 점은 일부 냉장고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내부 단열재에 불이 붙는 것을 막는데 아주 취약한 가연성 플라스틱 뒤판을 장착한 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국에서 회전식 빨래 건조기와 연관된 화재가 매일 3건 꼴로 발생하고 있고, 그렌펠 타워 화재도 냉장고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각 1명과 6명이 희생된 2010년과 2011년 화재 사건을 거론한 뒤 "지난 3년에 걸쳐 사고 보고와 권고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 아무런 행동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는 2014년 11월에 리콜 시스템을 검토하겠다고 처음 발표했고, 이 검토는 2015년 3월에 시작돼 2016년 2월에 일련의 권고들을 내놨다. 후속 조치로 운영그룹이 만들어졌고, 세퍼즈 코트 화재 이후인 2016년 가을에 이 운영그룹을 대체하는 실무그룹이 조직돼 실무그룹이 2017년 7월에 자체의 권고안들을 발표했다" 며 "검토 절차가 3년 가까이 진행돼왔지만, 이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뤄진 실질적인 변화들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건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검토 절차가 제조 규정들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잠든 사이 화재가 시작되는 경우에 자사 제품이 안전하다는 점을 확실히 하도록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들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리콜 등록처 단일화를 포함해 실무그룹이 제시한 권고들이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될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거듭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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