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보수진영 헌법소원 기각…바첼레트 대통령 서명 후 발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낙태를 엄격히 금지해온 칠레가 성폭행 임신 등 예외적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한다.
3일(현지시간) 라 테르세라 등 현지언론과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칠레 헌법재판소는 이날 찬성 6표, 반대 4표로 낙태의 예외적 허용을 막아달라며 보수진영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낙태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례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할 때 등이다.
이날 결정은 최근 칠레 상·하원이 낙태의 예외적 허용 법안을 가결하자 보수 정당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이뤄졌다.
낙태 허용 법안은 좌파 성향으로 낙태의 전면 금지 완화에 앞장서온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이 법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성 인권단체인 MILES는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결정이다. 오늘 우리 여성들은 존엄, 자유, 독립, 평등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가톨릭 교계와 보수진영은 헌법에 보장된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칠레 국민은 낙태의 예외적 허용에 우호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최근 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3가지 경우에 한 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외적 낙태 허용은 소아과 의사 출신인 바첼레트 대통령이 2014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추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지난 2015년 1월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현재 낙태 전면 금지국은 칠레를 포함해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몰타, 니카라과, 로마 교황청 등 9개국이다.
칠레에서는 1931년부터 50년 넘게 임신부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태아가 숨졌을 때만 낙태가 제한적으로 허용됐으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 말기인 1989년에 낙태가 전면 금지됐고 위반했을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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