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학술지 "中 압력에 굴복 않겠다…논문 다시 게재"

입력 2017-08-22 10:37   수정 2017-08-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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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학술지 "中 압력에 굴복 않겠다…논문 다시 게재"

"세계 최고 권위 출판사가 굴복하면 사상의 자유 무너져"

中 관영매체 "중국시장 중요하면 중국 방식 따르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당국의 요구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문을 삭제했던 세계적 권위지 '차이나 쿼터리'(The China Quarterly)가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고자 논문을 다시 게재키로 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나 쿼터리는 최근 중국 내 검열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요구로 중국 사이트(중국계간)에서 300편의 논문과 서평 등을 삭제했었다.

삭제된 논문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티베트, 위구르, 문화대혁명, 대만, 홍콩 등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룬 것들이다.

차이나 쿼터리는 중국 사이트가 폐쇄되는 것을 피하고자 이들 논문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CUP)가 1960년부터 계간으로 출간하는 차이나 쿼터리는 근현대 중국과 대만의 인류학, 문학, 예술, 경제, 지리, 역사, 정치사회 등을 다루는 정통 학술지다. CUP는 1534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 조치는 중국 당국이 언론 검열과 인터넷 통제에 이어 외국의 학술지까지 검열을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전 세계에서 거센 반발을 불렀다.

특히 일부 학자들은 세계 각국의 대학과 학술기관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고 항의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차이나 쿼터리는 19일 논문 삭제 보도가 나온 지 이틀만인 21일 밤 논문을 다시 게재키로 했다.

이 학술지의 팀 프링글 편집인은 "CUP 담당자들과의 회의를 거쳐 차이나 쿼터리는 즉시 중국 사이트에 해당 논문을 다시 게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논문은 현재 자유롭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번 결정에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이다.

자신의 논문이 이번에 삭제됐었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아서 왈드론 교수는 "케임브리지가 수백 년간 학술 출판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은 너무도 현명한 조치"라며 "만약 이번에 굴복했으면, 이는 (중국 당국의) 간섭과 불만 제기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이번에 삭제됐었던 논문을 선정하는 기준이 매우 불합리하고 모순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국의 대표적 소설가이자 국무원 문화부장까지 지낸 왕멍(王蒙)을 다룬 논문이 삭제되는가 하면,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국가 주석의 통역가가 쓴 회고록을 다룬 논문이 삭제되기도 했다.

반면에 최근 사망한 중국의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저서 '아무런 적도, 아무런 증오도 없다'를 다룬 논문은 삭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책은 현재 중국 당국의 검열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저서이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샤크하르 라하브는 "이번 논문 삭제는 체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해외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강경한 태도도 여전하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사설에서 "중국의 인터넷 시장이 너무나 중요해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의 법을 존중하고, 중국의 방식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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