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리농가 지정해도 계란 유통은 아무런 제재 없어
농식품부 "관련 제도 개선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정부가 '살충제 계란' 검출 농가에 대해 재검사 후 적합 판정을 받기 전까지 전면 출하 금지·폐기 조치한다고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부적합 농가라 하더라도 사실상 아무런 제재 없이 계란이 정상 유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용란의 미생물 및 잔류물질 등 검사요령' 고시는 식용란(닭·오리·메추리 알)에 대해 동물용 의약품, 농약 등 잔류물질 검사를 해 허용기준치 이상 검출되는 경우 해당 계란의 생산 농가를 6개월간 '잔류위반농가'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적합 판정을 내려 6개월간 '특별관리 대상' 농가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는 것이다.
또 6개월 이내에 당국은 불시에 2주 이상 간격으로 2회 이상 시료를 다시 채취해 재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번의 재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경우 잔류위반농가 지정이 해제된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재검사에서 또다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잔류위반농가 지정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 규정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검사 시료와 같은 날 생산된 식용란에 대해서만 폐기·출고 중단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 이후 생산된 물량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 없이 정상 출하가 가능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계란의 경우 껍질을 통해서는 농약이나 살충제가 직접 흡수될 가능성은 작고, 닭의 몸속에 농약 성분이 축적되면 계란에서까지 문제 성분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검사 시료를 채취한 당일 생산된 계란이 문제가 됐다면, 다음 날 나오는 계란도 당연히 오염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재검사를 받기 이전에 문제가 있는 계란을 계속 출하하도록 방치했다는 의미여서 당국의 식품안전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국은 '살충제 계란' 파문을 계기로 이러한 규정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고기나 쇠고기의 경우 문제가 되는 개체 한 마리만 폐기하면 됐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지만, 계란은 어미 닭에 살충제 성분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문제 되는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실시된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52곳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현행 규정을 무시하고 부적합 농가들이 재검사 후 적합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전량 폐기·유통금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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