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여러 대법원 판례에 날선 비판…판결도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17-08-22 15:30   수정 2017-08-22 15:47

김명수, 여러 대법원 판례에 날선 비판…판결도 '지각변동' 예고

논문·판례평석에서 진보 성향 뚜렷…판례 변경 적극 나설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진보 성향의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돼 향후 대법원을 비롯해 각급 법원의 판결 흐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김 후보자는 자신의 법철학이 반영된 논문과 판례평석(판례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담은 글) 등에서도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비판하고 소수자와 약자의 입장을 강조하는 의견을 개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각종 노동 사건과 집회·시위 사건, 민사 소유권 분쟁 등에서 그간 자신이 비판해온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단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는 하급심 판결 흐름에서도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된다.

22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후보자는 2005년 발간된 연구회 논문집에 '정리해고의 실시와 쟁의행위의 대상'이라는 논문을 게재해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 현장의 쟁의행위를 부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정리해고를 쟁의행위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근로자의 지위는 상당히 불안해진다"며 "기업의 정리해고 실시 역시 쟁의행위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원칙론으로서는 정리해고의 실시에 대한 쟁의행위도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 '쟁의의 정당성'까지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정리해고의 기준이나 절차 등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리해고를 실시하는지 여부는 고유의 경영권에 속하기 때문에 쟁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김 후보자의 주장처럼 기업의 정리해고 실시를 이유로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 산업 현장과 노사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정리해고를 결정하는 단계부터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협의해야 하므로 긴박한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진다.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정리해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된다.

김 후보자는 이외에도 경찰이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죄수복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를 저지한 경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판례평석을 통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복장이 신고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인정하면 지나친 규제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신고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더라도 시위 복장으로 말미암아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이 초래됐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신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를 법정지상권(법률 규정에 의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의 발생을 부정하는 내용의 '철거특약'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판례 평석을 통해 '당사자들의 사적 자치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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