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청률서 희비 극명하게 갈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tvN 주말극 '명불허전'과 KBS 2TV 수목극 '맨홀'이 나란히 타임슬립(시간여행)을 소재로 내세웠으나 성적에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이제 겨우 4회까지 방송돼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명불허전'이 곧바로 상승세에 올라탄 반면, '맨홀'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이미 타임슬립 소재는 닳고 닳아 시청자가 피로감을 호소하는 지경으로, '맨홀'은 바로 그 피로감의 끝을 붙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명불허전'은 타임슬립이 왜 스테디셀러인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 타임슬립에 의술과 코미디 결합…'명불허전' 2.7%→6%
'비밀의 숲'의 후광을 업고 출발한 '명불허전'은 곧바로 '비밀의 숲'의 시청률을 추월해버리며 '자립'에 성공했다. '비밀의 숲'은 극찬 속에서도 12회가 돼서야 시청률 5%를 넘어섰고 자체 최고인 6.6%로 종영했는데, '명불허전'은 2.7%에서 출발해 지난 20일 4회에서 6%를 찍으며 쭉쭉 상승세다.
소재는 새롭지 않다. 이미 5년 전인 2012년 송승헌, 박민영 주연의 MBC TV '닥터 진'에서 다룬 콘셉트다. '닥터 진'이 현대 외과의가 조선시대로 떨어지는 이야기라면, '명불허전'은 현대 외과의와 조선 혜민서 의원이 서로의 시대를 오가는 이야기로 좀 더 확장됐다.
'명불허전'의 초반 인기 포인트는 극 중 혜민서 의원이자, 실존 인물인 '허임' 역의 김남길에 있다. 김남길이 코믹하고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허임이 조선과 현대를 유연하게 오가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타임슬립 드라마의 상투적인 장치가 과거에서 미래로 온 인물의 '문화 쇼크'로, 허임 역시 이 클리셰를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껏 열린 마음과 빠른 순발력을 탑재한 허임은 충격에 매몰되는 대신, 재빨리 상황파악을 하고 특유의 재치와 '잔머리'로 위기를 모면하면서 미래 사회에 안착해간다.
'닥터 진'이 시종 진지한 모드였다면, '명불허전'은 허임이 책임지는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워 극의 분위기를 밝게 끌어올린다. '선덕여왕' '나쁜 남자' '상어' 등 드라마에서 어두운 역할에 집중했던 김남길은 4년 만에 복귀한 안방극장에서 넉살이 흘러넘치는 코믹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든다.
섹시하고 능력 있는 외과의 '최연경'으로 분한 김아중도 극의 단단한 한 축이다. 의사로서 욕심이 많은 당차고 도도한 최연경 캐릭터는 드라마가 상투적인 타임슬립 코미디로 흘러가지 않게 잡아주고 있다.
여기에 '명불허전'은 기본적으로 한의학 침술의 세계와 첨단 현대의학의 세계를 오가면서 언제봐도 흥미로운 의학 드라마의 장점만을 추려서 쉽게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의학적 상황은 생략하고, 죽음 직전에 간 병자를 구해내는 '신의 손'들의 활약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점이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 폭이 좁은 슬랩스틱 시간여행 소동극…'맨홀' 3.1%→2%
아이돌 슈퍼스타 출신 김재중과 유이가 주연을 맡았지만 '맨홀'은 3.1%에서 출발해 지난 17일 4회에서 2.0%까지 계속 시청률이 떨어졌다. 17일 경쟁작인 MBC TV '죽어야 사는 남자'는 11.4%-13.5%, SBS TV '다시 만난 세계'는 6.7%-7.5%를 기록했다. '맨홀'의 경쟁력이 한참 떨어지는 것이다.
'맨홀' 역시 5년 전인 2012년 TV조선에서 방송한 '프로포즈 대작전'과 유사한, 이미 어디선가 본 이야기다. 심지어 '프로포즈 대작전'은 일본 인기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었다. 첫사랑과 잘되기 위해 과거로 간 남자 주인공이 둘의 '역사'를 바꾸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4회까지 방송된 현재 '맨홀'은 김재중의 코믹 1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제대한 후 복귀작으로 '맨홀'을 선택한 김재중은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슬랩스틱 코미디에 뛰어들었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첫사랑 수진(유이 분)의 과거와 현재를 바꾸고자 하는 봉필의 시간여행은 매번 엄청난 소동을 일으키는데, 김재중은 가볍고 경쾌한 터치로 이 소동극을 끌어나가고 있다.
한심한 동네 백수에서 갑자기 고교시절로 돌아갔다가 어느 순간에는 경찰의 수배를 받는 조폭이 되기도 하는 등 매회 극적인 변화를 경험해야 하는 봉필의 황당한 상황이 '맨홀'의 동력. 그러나 드라마는 김재중의 원맨쇼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첫사랑을 잡고자 하는 봉필은 절박하지만, 그의 사연과 개인사는 폭이 좁은 이야기에 머문다. 또한 상큼한 청춘 드라마로 어필하기엔 내용이 너무 어수선해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여주인공 유이가 드라마의 얼개에 갇혀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여주인공이 된 게 아쉽다. 배우 유이의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눈에 띄었던 정혜성과 바로도 어수선한 내용에 함몰돼 조연으로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