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반도 유사시 전력 증강 결정권을 가진 미군 핵심 수뇌부가 22일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를 과시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공군 중장) 등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배치된 패트리엇 발사대 앞에서 전투복 차림으로 회견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미국은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태세가 돼 있다"고 역설했고,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전략사령부가 가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한반도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맞춰 이들이 동시에 방한하고 합동 기자회견까지 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와 '괌 포위사격' 발언 등으로 위협 수위를 높여온 북한에 대해 적절한 때에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군 수뇌부는 이날 군사적 준비태세를 밝히면서도 군사적 옵션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강력한 외교수단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이 우선임을 역설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상황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아주 제한적 범위의 군사적 옵션 실행도 남북 군사충돌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 내 많은 외국인과 주한미군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UFG 연습을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특히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온 이상 무자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이후 수위를 낮췄던 것과 사뭇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 담화는 또 "우리 혁명무력이 임의의 시각에 징벌의 불소나기를 퍼부을 수 있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발사 대기상태에 있다"고 주장해 괌 포위사격 위협을 재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개인 논평을 통해 "침략공격에 투입될 수 있는 병력과 수단들을 사전에 철저히 제압·소탕해버리는 것은 우리 혁명무력의 일관한 대응작전 방식"이라고도 위협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 이외에도 성동격서식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해리스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이 일정을 들어 미군 수뇌부의 방한이 사드 배치를 조속히 마무리해달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드를 국내에 들여오고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한 미군 측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지금 성주기지에는 사드 발사대 6기 중 2기만 배치돼 있다. 그나마 입구는 사드 배치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에 차단된 상태여서 사드 레이더 운용에 필요한 유류를 헬기로 운송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캠프 캐럴에 보관 중인 나머지 발사대 4기도 임시배치할 것을 결정했지만, 아직 언제 배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 상황이 엄중한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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