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CUP)가 펴내는 국제학술지에 이어 미국 아시아학회(AAS)가 발간하는 학술지에 대해서도 논문 삭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아시아학회는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학술지 아시아학보(Journal of Asian Studies)에서 100여편의 논문을 내릴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아시아학회는 최근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학술자유의 침해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형식의 심사검열도 반대하며 계속적으로 학술연구의 자유와 세계 학자들의 교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판사측과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당국의 요구를 거부키로 한 것이다.
아시아학회는 세계 최대의 아시아 관련 학회로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에 위탁해 국제 논문집인 아시아학보를 계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중국측이 삭제를 요구한 논문들은 '차이나 쿼터리'(The China Quarterly)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톈안먼(天安門) 사태, 문화대혁명, 티베트, 위구르, 대만,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룬 논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차이나 쿼터리'의 중국사이트를 운영하는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도 지난 21일 입장을 바꿔 중국 당국의 요구로 삭제했던 315편의 논문을 다시 게재키로 한 상태다.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는 애초 논문 삭제결정이 '임시' 조치였다며 "케임브리지대학 본부와 협의를 거쳐 학문의 자유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삭제된 논문을 즉각 재게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팀 프링글 편집인은 "학문의 자유가 필요한 곳에 학술자료를 가져다주는 것이 경제적 수익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라며 앞으로는 이들 논문에 대해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의 논문 재게재 결정은 국제 학술계가 강하게 반발한데 따른 것이다. 크리스토퍼 발딩 베이징대 HSBC비즈니스스쿨 부교수가 중국 당국의 논문 검열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을 제기하기도 했다.
출판사측은 현재 중국 당국의 예상된 조치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측은 이들 논문을 내리지 않을 경우 사이트를 폐쇄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노팅엄대의 중국학 전문가 조너선 설리번은 "중국 당국이 전세계에서 생산된 엄청난 연구자료의 공유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아직 중국측의 조직적 반응은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학술 분야 통제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는 22일 '인재육성 지도의견'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해외 고급인재의 유치와 초빙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정치사상과 개인품격의 요구수준에 맞지 않은 이들은 배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와는 관련없는 의제"라면서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의 논문 재게재 결정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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