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난해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며 각국 주요 선거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짜뉴스가 정치권을 넘어 기업들까지 떨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스타벅스에서 코스트코까지 최근 여러 기업이 가짜뉴스의 '공격'을 받았다면서, 이에 따라 기업들도 가짜뉴스와 싸우기 위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이번 달 자사 광고를 가장한 가짜 트윗으로 홍역을 치렀다.
'드리머 데이'(Dreamer Day)라는 제목을 단 이 가짜광고는 스타벅스가 미국 불법 이민자들에게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선전했다.
스타벅스의 로고와 글자체, 음료 사진까지 담은 가짜광고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에 퍼지자 스타벅스는 트위터에 해당 정보를 게시한 개개인에게 완전히 틀린, 가짜 정보라고 알리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이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은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했던 인터넷 사이트 '4챈'(4chan)의 이용자로, 정치적 의도로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는 지난 2일 이 사이트에 "스타벅스 '불법 이민자의 날' 밈(meme·인터넷상의 재미있는 이미지)을 만들자"며 "사업을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올렸다.
그리고는 불법 이민자들이 모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신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이번 사건은 소셜미디어가 기업의 명성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는지, 기업들이 가짜뉴스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얼마나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의 진위를 밝혀주는 '스놉스닷컴'(snopes.com)이 내놓은 최근 한 주간 '인기 가짜뉴스'만 봐도 기업들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상위 50건 가운데 12개가 기업과 관련 가짜뉴스였다.
여기에는 미국 뷰티 멀티숍 업계 점유율 1위인 '얼타(Ulta)'가 매각 후 문을 닫는다는 것에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Xbox) 오작동으로 디스크가 튀어나와 10대를 죽였다는 '괴담', 미국 창고형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더는 회원권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가짜뉴스 등이 포함됐다.
일부 가짜뉴스는 정치적 목적으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광고수입이나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다.
스놉스의 브룩 코프스키 편집장은 "가짜뉴스는 경영에 타격을 주고 신뢰를 파괴하거나 사람들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만들어 해를 미친다"고 진단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가짜뉴스 사이트가 광고를 실을 수 없도록 하거나 스놉스와 같은 기관과 제휴해 진위 확인을 위탁하는 등 가짜뉴스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가 기업 주가나 판매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가짜뉴스를 신고할 별도의 통로는 만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자사에 대한 정보와 비판을 파악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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