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자치정부 "예정대로 투표 시행" 이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가 예고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라크의 내분과 자국내 여파를 우려한 이해당사국의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전날 이라크 쿠르드자치지역의 수도 격인 아르빌을 찾아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이런 뜻을 전했다고 회담에 참석한 미국 측 관리가 전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다음달 25일 현재 자치권을 행사하는 이라크 북부 3개 주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주를 포함한 지역에서 독립정부를 수립을 묻는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물론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하는 이란, 터키 정부도 이를 반대한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3일 바그다드를 방문해 "쿠르드자치정부의 독립 투표는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취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터키는 남부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한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탄압한다. PKK는 그러나 최근 3년간 터키-시리아 국경 지대에서 이슬람국가(IS)와 전투에서 전공을 거두면서 입지가 커졌다.
이와 관련, 쿠르드자치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현지 매체 루다우는 "바르자니 수반이 매티스 장관에게 '더 나은 대안을 (이라크 정부가) 제시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독립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보도자료에서 "매티스 장관은 쿠르드인의 요구와 권리를 이해한다면서도 독립투표가 IS 격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면서 서방의 외신보다는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다.
루다우는 "미 국무부가 독립투표에 관해 썼던 '시기상조', '이라크의 단합'과 같은 단어는 이번 회담엔 없었다"면서 미국이 독립투표를 완강하게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방향으로 해석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달 10일 바르자니 수반에 전화로 IS 격퇴전이 진행 중인 만큼 투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바르자니 수반은 "연기하려면 이라크주재 미국 대사가 아닌 유엔, 미국 정부, 유럽연합(EU)이 투표 시행을 보증해야 한다"면서 이 제안을 거절했다.
매티스 장관은 아울러 쿠르드자치정부가 IS 격퇴에 크게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군사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양측의 협력을 유지하려면 바르자니 수반이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와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매티스 장관이 강조했다"면서 "ISIS(IS가 국가를 참칭하기 이전 명칭) 격퇴에 주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