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안보 불감증 재확인한 을지연습 민방공훈련

입력 2017-08-23 17:42  

[연합시론] 안보 불감증 재확인한 을지연습 민방공훈련

(서울=연합뉴스) 을지연습 셋째 날인 23일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됐다. 전국단위 민방공 대피훈련으로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어서인지 북한의 공습 상황을 가상해 오후 2시부터 20분간 진행됐다. 주무 장관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포시 하성면 석탄4리 주민들의 대피훈련을 방독면을 쓰고 지켜봤다. 이낙연 총리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훈련상황을 점검했다. 훈련 개시에 맞춰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대다수 행인은 건물 안으로 대피했고, 대부분의 운전자도 길가에 차를 세웠다가 5분 후 해제방송이 나가자 운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지하철역이나 지정된 민방공대피소로 피하는 시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민방공훈련은 1975년 '민방위 기본법' 제정과 민방위대 창설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런데 언제부터가 형식적 훈련으로 전락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서울 3천250곳 등 전국 1만8천871개소에 민방공대피소가 지정돼 있다. 그러나 면적 기준으로 85%가 민간 건물이고, 민방공대피소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시민도 드물다. 정부는 '비상시 국민행동요령'도 만들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제대로 숙지한 시민은 많지 않다. 시민이 대피소 위치와 비상행동요령을 잘 모르는데 훈련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안보 불감증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재 진행형인데도 우리 국민은 지나칠 정도로 태연한 것 같다. 북한의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위기설이 번질 때 우리 국민이 담담한 반응을 보이자 미국 LA타임스는 '한국인들의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로 그런 분위기를 꼬집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22일 미군 주요 지휘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북한의 위협은 확실하게 존재한다"면서 우회적으로 한국인의 안보 불감증을 거론했다. 이낙연 총리도 이날 종합상황실에서 "안보불안이 상시화, 고조화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익숙해져야 하는 데 오히려 안보불안에 둔감해지고 대처에 무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로울 때 안보를 생각해야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임진왜란이나 6·25 전쟁도 따지고 보면 튼튼한 안보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동요할 필요는 없지만 유사시 대비는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령 괌 정부는 지난 11일 북한의 ICBM 공격 위협에 유사시 대응요령 전단을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일본 오키타현도 지난 3월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주민대피훈련을 했다고 한다. 북한의 공격 위협에 직접 노출된 우리한테 경각심을 줄 만하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도 안보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정부는 민방공훈련을 대폭 내실화하고 전국단위 훈련 횟수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국민도 주변의 방공대피소를 미리 알아두고 비상시 국민 행동요령을 숙지하는 게 좋다. 평소에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유사시에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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