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송파 차고지 분쟁, 결국 교통난으로

입력 2017-08-23 17:24  

어쩌다 이 지경까지…송파 차고지 분쟁, 결국 교통난으로

토지 보상금 올리기에 주력하는 사측…손 놓은 서울시·송파구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실직 위기' 버스기사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차고지를 둘러싼 버스회사 송파상운과 재개발조합의 갈등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한동안 교통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상운 소속 104대 버스 운행이 전면중단된 이후 서울시가 대체 차량 58대를 투입했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진 데다 상황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들 버스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이 재개발 갈등의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 강제철거 시도하자 소화기 분사하며 대치

23일 서울시와 송파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거여 2-2주택재개발사업지 내에 있는 송파상운 차고지에 대한 강제철거가 시작됐다.

용역업체 직원 630여명이 철거를 시도하자 송파상운 버스기사와 직원 300여명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오물을 뿌리며 맞섰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도 300여명 배치되면서 차고지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송파상운 측은 운행하는 버스를 모두 차고지로 끌고 와 포크레인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벽을 쳤다.

이 탓에 9개 노선(3214, 3314, 3315, 3316, 3317, 3416, 3318, 3321, 370) 버스 104대의 운행이 '올스톱'됐다.

오후 5시 현재까지 양측의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대치 과정에서 탈진자와 부상자가 8명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송파상운의 버스 운행 중단 사태는 거여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송파상운은 4개 차고지를 두고 있는데, 34대 버스가 드나드는 거여 차고지가 재개발 지역에 포함돼 있다.

회사는 2008년 11월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7월엔 차고지 토지 소유권을 조합에 넘겼다.

송파상운이 보상받는 토지 가액은 207억4천만원이다. 회사 측은 보상금이 적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개발조합 측은 법적 보상이 끝났는데도 송파상운이 차고지를 불법 점거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강제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송파상운 측은 보상금만으로는 인근에 대체부지를 마련하는 게 어렵다면서 대체부지가 마련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재개발조합은 차고지 이전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지난 14일 1차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이후 철거(인도집행)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 이날 2차 철거를 시도한 것이다.


◇ '기피 시설' 버스차고지 신설 사실상 어려워

서울시와 송파구는 송파상운 대표이사가 스스로 토지 소유권을 넘기겠다는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차고지를 옮기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다.

대체 차고지에 대한 고려 없이 소유권 이전 계약을 한 것은 무책임했지만, 계약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파상운은 대체 용지 마련과 함께 보상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조합 일각에서는 '알박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 역시 차고지 물색의 어려움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버스 차고지는 기피 시설이라 지역에 들어선다는 소문만 돌아도 주민 반대가 무척 거세다.

게다가 서울시 내에는 이제 차고지가 들어설 공터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영차고지 역시 포화 상태라 추가로 버스를 들이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서울시와 송파구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뒤늦게 중재에 나서 거여동 인근 마천동에 대체 차고지를 주선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부닥쳤다. 토지 소유권자인 SH공사가 비워달라고 요구할 경우 나가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는 송파상운 측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대체 차고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파상운 관계자는 "재개발조합이 공탁을 걸어 토지 대금은 한 푼도 찾지 못했다"며 "돈이고 뭐고 대체부지를 달라"고 말했다.


◇ 강경한 서울시 "버스 면허 취소도 가능"

서울시는 송파상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김정윤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버스 미운행에 따른 과징금 부과·면허 취소 등 모든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허 취소까지 당하기 전에 거여 차고지가 기점인 버스 34대를 감차(減車·차량 수를 줄이는 것)하라는 게 서울시 요구다. 다른 버스회사가 해당 노선을 운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깔린 것이다.

김 과장은 "사업주가 차고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34대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허 취소까지 가든, 다른 회사에 노선을 넘기든 일정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시민 불편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는 송파상운 운행 노선에 대체차량 58대를 투입했다.

송파상운 차고지 인근 13개 버스업체에서 '징발'한 차량이다. 송파상운 기존 운행 차량 104대의 56%에 그친다.

송파상운 소속 버스기사들의 고용도 큰 문제로 남는다.

거여 차고지를 지키며 투쟁에 나선 것은 회사 경영진이 아니라 송파상운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이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선택을 한 경영진과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서울시, 송파구의 행정에 버스기사들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버스 운행 대수를 줄이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송파상운은 감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송파상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버스기사 고용 승계 문제를 꼭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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