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생 '영어토론' 우승 한인 "주목받는 시간이 좋았어요"

입력 2017-08-24 09:00  

세계 대학생 '영어토론' 우승 한인 "주목받는 시간이 좋았어요"

호주 출신 하버드대 최우등 졸업 서보현씨, 토론 비법 소개

北인권·정체성관련 한인 하버드대생 문집 발간 "번역 출간하고파"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게 주목하는 그 시간이 좋았어요."

지난해 1월 '2016 세계 대학생 토론대회'에서 미국 하버드대학 대표로 출전해 우승한 호주 한인 서보현(22) 씨는 2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토론(debating)에 흠뻑 빠지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 씨는 2013년에는 지구촌 고교생들이 다투는 '세계학생토론대회'에 호주 대표팀 주장으로 참가해 우승했고,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이 대회에 호주팀 코치로 나설 정도로 명실상부한 '토론의 달인'이다.

서 씨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초등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03년 부모님과 함께 호주로 이주했다.

서 씨는 "호주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설이나 토론 수업이 많은데, 영어를 잘하지 못해 친구와 대화가 어렵고 간단한 언어만 구사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 수업시간이 되면 내 뜻을 잘 전달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조금만 준비해도 자기 의견을 잘 펴는 영어권 친구들과 달리 자신은 7~8시간이나 공들여 준비했던 만큼 두각을 나타냈고 주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중학교 진학 후 동아리 활동을 하며 토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고교 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에 올라 하버드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계기가 됐다.

서 씨는 "토론을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언어를 좋아해야 한다"며 "토론 경쟁에 나서는 사람은 비슷한 수준의 논리력을 가진 만큼 책을 많이 읽고 시를 접하면 토론 내용이나 전달력이 더욱 풍부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을 나가면 꼭 서점을 찾고, 관광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을 즐긴다. 최근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돌아와 잠도 거의 못 자고 5시간 30분짜리 오페라를 입석으로 볼 정도로 문화공연 관람도 빼놓지 않는다.

정치이론을 전공한 서 씨는 학업에도 열중해 지난 5월 하버드대를 졸업하면서 최우등상(Summa Cum Laude), 최우수 논문상(Hoopes Prize), 상위 1% 상(Phi Beta Kappa), 토론 스피치 최고상(Wendell Philips Memorial Scholarship)을 받았다.

올가을부터는 중국 칭화대에서 '슈워츠만 장학생'으로 석사과정을 공부한다. 학비와 기숙사비 등이 면제되고 생활비도 보조받는 전면 장학생이다.

하버드 재학 중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이끄는 뉴욕의 정책연구소 '아시아 소사이어티', 호주인권위원회에서 각각 인턴십을 마치는 등 그의 이력은 '스펙의 결정판'이다.

서 씨는 "하버드도 좋지만 4년을 도시 밖 생활을 해서 이제는 성장하는 나라의 한복판에 뛰어들고 싶었다"며 "가장 넓고 복잡하며, 성장하고 변화가 많은 곳이라는 점에서 끌렸다"라고 중국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졸업 직전에는 하버드대의 한인 친구 및 일부 교수와 함께 북한 인권 및 교포들의 정체성과 관련한 글을 모아 영어 문집(Reflections of Diaspora on a Divided Nation·116쪽)을 발간했다.

편집인을 맡은 서 씨는 "미국에서 새삼 나의 정체성을 생각하던 차에 주변 친구들과 뜻이 맞아 문집을 냈다"며 "문집이 꼭 한국어로 번역·출간돼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서 씨는 "호주에 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당장 호주에 적응하는 게 급했는데 주변에서 한국을 알라고 하는 말은 '고통을 더 당해봐라'라는 말처럼 들렸다"며 호주 생활 중 한국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이유를 꺼냈다.

서 씨는 "해외에서 성장한 한인이 한국 안에서 자란 사람처럼 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과, 저처럼 해외에서 자란 한인들이 서로의 길을 가면서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호주 연방 대법관 출신 마이클 커비(78)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과 교류를 하는 서 씨는 장래 희망이 인권변호사이기도 하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경험을 쌓고 공부를 더 해 자신의 길을 더 분명하게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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