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서 추억하는 '조각 거장' 권진규…전작도록도 나온다(종합)
PKM서 25일 특별전 개막…기념사업회 "우리가 유일한 감정권자"
국립현대·리움 등 유수 기관 소장품, 생전 원작 아니라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일본의 명문 무사시노(武藏野) 미술대학이 2009년 개교 80주년을 기념해 역대 졸업생 중 최고로 꼽은 작가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조각가 권진규(1922~1973)였다.
권진규는 프랑스 거장 앙투안 부르델의 제자이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조각가인 시미즈 다카시(淸水多嘉示·1897~1981)를 오랫동안 사사하면서 활발히 활동했다.
1959년 귀국 후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乾漆·불상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옻칠 기법)을 주재료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지만, 국내 평단으로부터 환대받지 못하고 작품을 찾는 이도 드문 현실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요, 거장으로 평가받는 권진규의 일본 시절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권진규의 에센스'로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에는 석고와 돌, 브론즈, 테라코타 등의 다양한 재질로 제작된 조각과 드로잉, 석고틀 등 총 23점이 나온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가 일본 시기에 몰입했던 구상조각은 이미 외연의 형태를 뛰어넘으며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걸러낸 존재의 핵심과 조각적 실험성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외조카인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이사와 무사시노미대의 박형국 교수가 참석, 전작 도록(카탈로그 레조네)을 내후년부터 권진규 탄생 100주년인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발간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2009년 무사시노미대가 대대적인 권진규 회고전을 연 이후부터 7년여간 권진규 작품으로 알려진 것들을 추적 조사했다.
현재 기념사업회가 파악하는 권진규 작품 수는 조각(사후 합법적으로 복제된 작품 포함) 430점, 유화·데생 550여 점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전작도록은 조각편, 회화·드로잉편, 자료편, 연구사편, 연구편 등 5권으로 구성된다.
기념사업회는 "권진규 작품의 진위는 기념사업회가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감정권을 지닌다"면서 한국감정평가원이 감정서를 발급해 작품을 유통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권진규 작품 소장자가 요청할 경우 작품인증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2003년부터 권진규 작품으로 알려진 3천여 점을 조사해온 전문가인 박 교수는 일례로 권진규 진품 감정서 40건을 분석한 결과 8건은 생전 진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는 무엇보다 작가 사후 무단으로 제작된 복제품들은 진작임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시중에 도는 사후 복제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 이사는 '사후 복제품이 계속 유통되면 사법적 조치를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지금으로써는 전혀 (뜻이 없다)"면서 "진작을 소장한 분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확인해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유수 기관이 소장한 권진규 작품 중 일부가 생전 원작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교수는 무사시노미대 회고전을 위해 리움 소장품 46점을 대여하려고 했으나 조사 후 빌린 작품은 12점이었다면서 "나머지는 필요하지 않은 작품들"이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에도 작가가 생전에 제작하지 않은 복수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권진규 작품 27점 중 청동작품 3점은 사후 복제품임을 인지한 채 유족 측으로부터 기증받았고 24점은 원작"이라면서 "3점 복제품은 사후 합법적 복제품에 포함됐다는 유족측의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리움 측은 "2009년 무사시노미대 측 요청으로 권진규 회고전에 작품을 대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외 부분은 확인 중"이라면서 "향후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PKM갤러리 전시는 10월 14일까지. 문의 ☎ 02-734-9467.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PKM서 25일 특별전 개막…기념사업회 "우리가 유일한 감정권자"
국립현대·리움 등 유수 기관 소장품, 생전 원작 아니라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일본의 명문 무사시노(武藏野) 미술대학이 2009년 개교 80주년을 기념해 역대 졸업생 중 최고로 꼽은 작가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조각가 권진규(1922~1973)였다.
권진규는 프랑스 거장 앙투안 부르델의 제자이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조각가인 시미즈 다카시(淸水多嘉示·1897~1981)를 오랫동안 사사하면서 활발히 활동했다.
1959년 귀국 후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乾漆·불상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옻칠 기법)을 주재료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지만, 국내 평단으로부터 환대받지 못하고 작품을 찾는 이도 드문 현실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요, 거장으로 평가받는 권진규의 일본 시절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권진규의 에센스'로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에는 석고와 돌, 브론즈, 테라코타 등의 다양한 재질로 제작된 조각과 드로잉, 석고틀 등 총 23점이 나온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가 일본 시기에 몰입했던 구상조각은 이미 외연의 형태를 뛰어넘으며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걸러낸 존재의 핵심과 조각적 실험성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외조카인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이사와 무사시노미대의 박형국 교수가 참석, 전작 도록(카탈로그 레조네)을 내후년부터 권진규 탄생 100주년인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발간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2009년 무사시노미대가 대대적인 권진규 회고전을 연 이후부터 7년여간 권진규 작품으로 알려진 것들을 추적 조사했다.
현재 기념사업회가 파악하는 권진규 작품 수는 조각(사후 합법적으로 복제된 작품 포함) 430점, 유화·데생 550여 점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전작도록은 조각편, 회화·드로잉편, 자료편, 연구사편, 연구편 등 5권으로 구성된다.
기념사업회는 "권진규 작품의 진위는 기념사업회가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감정권을 지닌다"면서 한국감정평가원이 감정서를 발급해 작품을 유통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권진규 작품 소장자가 요청할 경우 작품인증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2003년부터 권진규 작품으로 알려진 3천여 점을 조사해온 전문가인 박 교수는 일례로 권진규 진품 감정서 40건을 분석한 결과 8건은 생전 진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는 무엇보다 작가 사후 무단으로 제작된 복제품들은 진작임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시중에 도는 사후 복제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 이사는 '사후 복제품이 계속 유통되면 사법적 조치를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지금으로써는 전혀 (뜻이 없다)"면서 "진작을 소장한 분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확인해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유수 기관이 소장한 권진규 작품 중 일부가 생전 원작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교수는 무사시노미대 회고전을 위해 리움 소장품 46점을 대여하려고 했으나 조사 후 빌린 작품은 12점이었다면서 "나머지는 필요하지 않은 작품들"이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에도 작가가 생전에 제작하지 않은 복수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권진규 작품 27점 중 청동작품 3점은 사후 복제품임을 인지한 채 유족 측으로부터 기증받았고 24점은 원작"이라면서 "3점 복제품은 사후 합법적 복제품에 포함됐다는 유족측의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리움 측은 "2009년 무사시노미대 측 요청으로 권진규 회고전에 작품을 대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외 부분은 확인 중"이라면서 "향후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PKM갤러리 전시는 10월 14일까지. 문의 ☎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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