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베이징올림픽 홈런으로 선수 생활 연장했다"

입력 2017-08-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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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베이징올림픽 홈런으로 선수 생활 연장했다"

고척 스카이돔 은퇴 투어…"베이징에서 흘린 눈물은 울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승엽은 빠져라!"

'전설'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넥센 히어로즈의 홈 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과 작별하는 날인 23일은 '야구의 날'이다.

야구의 날은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8월 23일을 기념하고자 제정된 날로, 2009년 이후 올해로 9년째를 맞는다.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을 추억해달라는 말에 저 독한 말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승엽은 "올림픽에서 제가 못하고 있으니까 관중석에서 '빠지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나라 응원하는 사람이었을 텐데…. 직접 들으니 기분이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승엽은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거둔 9승 중 7승을 거둘 때까지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올림픽에 참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렵게 참가했고,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 건데 마음대로 안 되니 민폐가 아닌가 했다"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올림픽 예선리그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은 일본과 한 준결승전에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려내며 마음이 짐을 던질 수 있었다. 경기 뒤 이승엽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승엽은 "관중석에서의 소리도 그 경기에서 들었다. 병살, 삼진으로 부진했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런 전까지는 너무 힘들었다. 힘들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던 기억이다. 마지막 타석의 홈런 하나가 나의 야구 인생을 유지하게 해줬다. 내 야구의 명을 길게 해주는 홈런이었다. 베이징올림픽은 나의 삶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때 흘린 눈물은 '울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요즘은 눈물은 안 흘린다"면서도 "은퇴식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울기는 싫은데…"라며 살짝 '울 걱정'을 하기도 했다.






만약 후배들도 관중석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될 경우, 대처 방법에 관한 조언도 했다.

이승엽은 "대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말을 '무시'해야 한다. 대응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 할 일만 하고 홈런을 쳐서 '당신이 잘못 생각한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면 된다.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을 끝으로 더는 경기할 수 없는 돔구장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승엽은 "돔을 좋아한다. 원래는 싫어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조명이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적이 안 좋았는데, 조금씩 적응되니 편해졌다. 좋다"고 말했다.

고척 돔에 대해서도 "피로감이 덜하다. 해 등 날씨의 영향을 안 받아서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며 "프로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야구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넥센에 대한 기억도 좋다.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넥센의 이택근이 백업 선수였는데, 내가 자고 있으면 감기 걸리지 말라고 에어컨을 꺼주곤 했다. 뒤치다꺼리를 많이 해줬다"며 "그렇게 한 팀으로 융화가 잘 되니 좋은 성적이 나온 게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어 "넥센은 젊은 팀이다. 타격이 좋아서 전력과 비교해 좋은 성적을 낸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배울 점이 많은 팀이다. 앞으로 KBO도 넥센을 바라보며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칭찬했다.

이승엽은 "이제 은퇴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많이 아쉽다. 하지만 지금이 은퇴하기 제일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에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를 것 같다. 웨이트 훈련을 안 해도 되니 편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고 짠할 것"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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