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유사성 인정되지만 줄거리와 핵심 내용에 차이 있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김준기 애니메이션 감독이 영화 '대호'가 자신의 시나리오 '마지막 왕'을 표절했다며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지만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흥권 부장판사)는 김 감독이 '대호'의 각본·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과 제작사, 배급사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과 (표절) 의도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백두산 호랑이를 다룬 김 감독의 저작물과 지리산 호랑이를 담은 영화를 살펴보면 소재의 유사성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이는 아이디어 영역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전체 줄거리나 사건의 핵심 내용에 차이가 있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방식, 장면, 대사 중 일부 유사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전체적인 분량에 비춰볼 때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감독은 '대호'가 자신의 시나리오 '마지막 왕'을 표절했다며 2억원의 손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5천만원 등 총 2억5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마지막 왕'은 1910년대 백두산을 배경으로 백호(白虎)와 백호를 쫓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시나리오마켓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대호'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바이코프의 소설 '위대한 왕'을 원작 모티브로 했다"며 "'마지막 왕'이라는 시나리오는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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