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회 "교수 20여명 강제 전과…학생들에겐 청소시켜"
대학 측 "구조조정 위한 불가피한 조치…강제 청소 아냐"
(안성=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수도권 지역의 한 전문대학이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교수들을 전공과 무관한 학과로 강제로 이동시키는 등 교수와 학생을 상대로 전횡을 저질러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두원공대 교수협의회 등에 따르면 학교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교수 20여명을 전공과 무관한 학과로 전보조치했다.
기계과 교수는 세무회계과로, 전자제어과 교수는 보육과로,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유아교육과로 옮겨 자신의 전공과 관련도 없는 학과에서 수업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재단은 '교수들의 업무 평가가 안 좋아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학과 이동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재단에 밉보인 사람들을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조치"라며 "학과를 옮긴 교수 일부는 '장학금 유치나 취업률 등 학과 목표를 120% 이상 달성하지 못하면 학교 처분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이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발령 나다 보니,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는 이 밖에도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면 강의실 청소에 매달려야 하는 등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 재학생은 "청소 용역업체 직원들이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오전에만 청소하다 보니 오후에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 청소를 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거의 모든 학생이 30분에서 한 시간가량 물걸레질과 쓰레기 줍기 등 청소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학교들과 비교하니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이 청소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잘못 보이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참을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관계자는 "교수들의 학과 이동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학생들에게는 강의실이 아닌 실습실을 사용하고 나서 주변 정리를 권고한 것으로 강제로 청소를 시킨 적은 절대 없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성과 파주에 캠퍼스를 둔 두원공대는 혁신적 직업교육을 통한 전문기술인재 양성을 표방하고 1994년 개교했으며, 교육당국으로부터 양호한 평가를 받아 지난 10년간 약 80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3년에는 교육부로부터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 World Class College)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교수협의회 측은 이마저도 교수들을 기업 로비에 동원해 인위적으로 평점을 높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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