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더 불안한 '생리대 사태'…"정부 신속조사만이 답"

입력 2017-08-24 16:10   수정 2017-08-24 16:13

몰라서 더 불안한 '생리대 사태'…"정부 신속조사만이 답"

전문가 "관련 연구 실적 전무…조사결과 나와야 인체영향 알 수 있어"

"안전성 의심제품 쓰지 말고 기다리라는 수 밖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생리대 '릴리안'을 쓴 뒤 부작용이 생겼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그 원인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생리대 착용과 여성 생식기능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만한 연구논문이 한 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조속히 시행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각종 유기화합물에 대한 위해성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생리대에서 검출된 특정 물질이 여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연구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생리대 착용이 여성의 생식기능, 생리주기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단언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다만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 부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 연구결과를 빌어 어느 정도 위해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의견은 있다.

김슬기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02년 대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여성 노동자 중 일부가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생리주기가 단축됐다"며 "톨루엔, 자일렌, 벤젠, 스타이렌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은 생식과 관련한 호르몬을 교란시켜 생리주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도 휘발성유기화합물에 심하게 노출되는 LCD 공장의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므로 생리대와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직접 증명할 순 없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해외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에 미치는 악영향이 보고됐다고 하더라도 국내 제품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연구결과를 바로 대입시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고민환 을지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실제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인과관계 등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없으므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이 신속하게 생리대 제품 검사를 마치고 인체 위해성 결과를 발표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개원가의 한 산부인과 원장은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전성에 의심이 가는 제품을 쓰지 말라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생리주기는 여성의 식습관, 스트레스, 피로, 의약품 복용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부작용을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제품을 검사해 발표해야만 전문가들도 이에 따른 대응 요령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 함유량과 인체 위해성을 조사하는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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